[10대그룹 결산-⑧현대차] 3위 정의선, 미래 상상 현실로…로보틱스 등장
[10대그룹 결산-⑧현대차] 3위 정의선, 미래 상상 현실로…로보틱스 등장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12.26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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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분야 비전 선포 그치지 않고 가시적 성과 도출
친환경차 필두 신시장 개척…미국·인니 공장 설립 '속도'

코로나19가 쓸고 간 2022년은 평온이 아닌 ‘공포’로 표현됐다. 오히려 경제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며 산업계는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빠졌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은 기업을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산업계는 ‘변화’로 대응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1위 기업 삼성전자는 회장시대를 다시 열며 재무장했고, 재계에선 1980년대생 3~4세 오너가 경영 전반에 등장하며 신사업으로 맞섰다. <신아일보>는 15일부터 2022년이 끝나는 그날까지 한국대표 10대그룹을 중심으로 산업계를 결산한다. 10위부터 역순으로 매일 한 그룹씩 발표한다. 오늘(26일)은 3위를 차지한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이다./ <편집자 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2주년을 맞은 올해 미래 사업 경쟁력에 자신감을 얻었다. 정 회장은 올해 친환경차, 로보틱스 등에 대한 비전 선포에만 그치지 않고 가시적 성과를 냈다. 또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다만 정 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도는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올해 친환경 톱 티어 브랜드, 미래 모빌리티 추진, 새로운 해외시장 진출 등 그동안 비전만 제시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친환경차 비롯 로보틱스·AAM 분야 확대 본격화

시작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통신기술(IT) 전시회 ‘CES 2022’였다.

정 회장은 CES 2022에 직접 참석해 미래 로보틱스 비전을 공개했다. 정 회장은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를 주제로 열린 보도발표회에 로봇개 ‘스팟’(Spot)과 함께 등장해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통신기술(IT) 전시회 ‘CES 2022’ 보도발표회에서 로봇개 ‘스팟’(Spot)과 함께 등장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통신기술(IT) 전시회 ‘CES 2022’ 보도발표회에서 로봇개 ‘스팟’(Spot)과 함께 등장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는 올해 CES 2022에서 약 372평 규모의 공간을 마련하고 ‘미래 로보틱스 비전’을 주제로 로봇개 스팟,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Atlas) 등 다양한 전시물을 선보였다.

이후 정 회장은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분야에 대한 비전과 역량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5월 ’AAM 테크데이 2022’를 열고 AAM 비전을 소개했다. 올해 7월에는 그룹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독립 법인 슈퍼널(Supernal)이 영국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 참가해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내장 콘셉트 모델 등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의 국제 에어쇼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현대차그룹은 판버러 에어쇼에서 영국 항공기 엔진 제조사 롤스로이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오는 2025년까지 항공기체 추진 시스템을 공동연구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올해 1월 기아 ‘신형 니로’, 8월 현대차 ‘아이오닉 6’, 9월 기아 ‘EV6 GT’ 등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했다. 전기차 이외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사업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기아는 올해 5월 브랜드 첫 PBV ‘니로 플러스’를 선보였다.

◇신시장 재개척…판매지역 확대·공장 설립 잰걸음

정 회장은 해외 시장을 다시 개척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중국, 일본 시장 진출을 재정비하며 시장에 다시 진입했다. 아세안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에 거점을 마련했다.

기아는 올해 2월 중국에서 새로운 합작사로 재도약에 나섰다. 장쑤위에다그룹이 둥펑자동차가 보유한 둥펑위에다기아 지분 25%를 인수하며 기아(50%), 둥펑자동차(25%), 장쑤위에다그룹(25%) 지분의 3자 체제에서 양자 체제로 경영 구조가 재편됐다.

정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실패한 일본 시장에 재진출 했다. 지난 2009년말 현지시장 철수 이후 12년 만이다. 올해 2월 현대차는 일본 승용차 시장 재참여를 발표하며 친환경차를 승부수로 던졌다. 차종은 수소전기차 ‘넥쏘’, 전기차 ‘아이오닉 5’를 필두로 내세웠다. 이후 현대차는 올해 7월 일본 MK택시에 50대의 아이오닉 5를 공급하며 현지 시장 저변 확대에 나섰다.

‘일본 올해의 차 2022-2023’에서 ‘올해의 수입차’를 수상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일본 올해의 차 2022-2023’에서 ‘올해의 수입차’를 수상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일본 시장에서 값진 성과도 냈다. 아이오닉 5는 지난 9일 ‘일본 올해의 차 2022-2023’에서 ‘올해의 수입차’를 수상했다. 일본 올해의 차 수상 목록에 한국 자동차가 이름을 올린 건 역사상 처음이었다.

정 회장은 아세안 지역 첫 생산거점으로 인도네시아를 택했다. 현대차는 올해 3월 인도네시아 브카시(Bekasi)시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준공식을 열었다. 같은 날 이곳에서 아이오닉 5 양산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연간 생산능력을 올해 15만대에서 앞으로 25만대 규모로 확대한다.

정 회장은 미국에서도 신규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0월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열었다. 이 공장은 내년 상반기부터 건설에 들어간 뒤 오는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돌입한다.

◇지배구조 개편 과제…미국 IRA 넘어야 할 산

정 회장은 올해 해묵은 과제인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포석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중 순환출자 고리를 끊지 못한 유일한 그룹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10월 모듈(부품 조합) 생산 통합계열사의 사명을 ‘모트라스’(MOTRAS)로, 부품 생산 통합계열사의 사명을 ‘유니투스’(UNITUS)로 각각 확정했다. 통합계열사 2곳은 지난달 공식 출범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밑그림 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현대차그룹는 지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지만 행동주의 사모펀드 엘리엇의 공격, 주주들의 반대 등으로 무산됐다.

미국 IRA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다 현대차는 정부가 주재하는 민관 합동대응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는 등 IRA 대응에 나섰다. 현재 정부가 미국에서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IRA 하위규정(가이던스)에 한국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정부에 의견을 공유하며 공동대응 하지만 기업으로서 활동에 한계가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미국 앨라배마·조지아 공장의 전기차 생산 일정을 오는 2024년으로 앞당기는 계획 등을 고려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고객들이 가장 신뢰하고 만족하는 ‘친환경 톱 티어 브랜드’가 되기 위한 기반을 확실하게 다지겠다”며 “우리가 그동안 신성장 분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UAM과 같은 미래사업 영역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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