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10대 뉴스] 침체 접어든 시장…업계는 위기 지속
[건설부동산 10대 뉴스] 침체 접어든 시장…업계는 위기 지속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2.12.30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자 늘고 원자잿값 올라…집주인도 건설사도 턱까지 차오른 숨
규제 풀고 민심 달래보지만 부동산 냉풍 앞 촛불 같은 정부 대책

지난 2년여간 뜨겁게 타오르던 주택시장은 올해 속도가 붙은 금리 인상과 함께 차갑게 식었다. 온기를 잃은 시장에서는 매맷값 하락에 깡통전세 우려가 커졌고 덩달아 전세사기도 기승을 부렸다. 그간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외쳐온 정부는 시장 경착륙을 막고자 규제 해제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1기 신도시 재정비 이슈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등 정부를 향한 부동산 민심은 냉랭하다. 원자잿값 급등과 주택·건설 경기 침체에 힘겨운 한 해를 보내던 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에서 역대급 일감을 확보하며 숨통을 텄지만 얼어붙은 분양 시장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처지다. <편집자 주> 

서울시 강서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강서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 열탕에서 냉탕으로…180도 바뀐 주택시장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가 올해 주택시장을 강타했다. 지난해 말 연 1.0%던 기준금리는 올해 말 3.25%로 뛰어올랐고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도 연 8%에 육박하면서 지난 2년간 상승일로를 걸어왔던 시장은 급격히 식었다. 이자 부담 증대와 가격 고점 인식 등이 맞물린 가운데 집주인과 매수자 간 인식도 큰 차이를 보였다.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 사실상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초거래절벽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 29일 기준 7.2% 떨어졌고 특히 세종(-16.7%)과 대구(-11.9%), 인천(-11.8%) 지역 하락세가 크다.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2020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지난 2년여간 뜨겁던 분양시장도 올해 180도 달라졌다. 높은 분양가 등으로 인해 지방에 이어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도 청약 미달 사례가 속출했다. 분양시장 침체에 2020년 말부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미분양도 지난 10월 전국적으로 4만7217호를 기록하며 1년 전에 비해 3.4배 급증했다. 이 같은 주택시장 침체기는 기준금리 인상이 멈출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 서대문구 일대 주택가.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서대문구 일대 주택가. (사진=신아일보DB)

◇ 역전세난에 커지는 깡통전세 우려…전세사기도 기승

매매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는 전세시장에도 찬바람을 몰고 왔다. 매도를 포기하고 전세물량으로 돌리는 물건들이 나오면서 전세시장의 매물 적체와 이로 인한 가격 하락이 지속 중이다. 올 한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8.2% 하락했고 특히 세종(-19.8%)과 대구(-14.3%), 인천(-14.2%), 경기(-11.6%)에서 낙폭이 컸다. 이로 인해 집주인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대신 임차인에게 매달 이자를 주는 역월세도 유행하고 있다. 매매시장 침체로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매매가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율인 전세가율도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85%에 육박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우려가 커졌다. 가격 하락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임차인들이 깡통전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준전세 등 월세시장으로 이동하며 '전세의 월세화'도 속도를 냈다.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전세사기도 기승을 부린다. 최근에는 수도권에서 무자본 갭투자로 빌라와 오피스텔 1100여채를 사들여 임대사업을 하다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집주인이 숨진 일명 '빌라왕'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오른쪽 두 번째부터)추경호 부총리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이 지난 21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했다. (사진=기재부)
(오른쪽 두 번째부터)추경호 부총리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이 지난 21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했다. (사진=기재부)

◇ 경착륙 막아라…속도 내는 부동산 규제 해제

집값이 완연한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줄곧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외쳐오던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본격적인 부동산 관련 규제 해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9월 투기과열지구 4곳과 조정대상지역 41곳을 해제한 데 이어 11·10대책을 통해서는 서울과 경기 성남 분당·수정구, 과천,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국을 규제지역에서 풀었다. 여기에 시장 상황을 감안해 내년 초 규제지역을 추가 해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규제지역 내 대출 규제 완화 시기를 앞당기고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금지도 해제한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취득세 중과 완화 등 부동산 세제를 정비하고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도 푼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과 실거주 의무, 전매제한 규제도 완화할 예정이다.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규제 역시 완화한다. 이처럼 정부가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보내면서 향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한 모습이지만 금리 인상 추이와 거시경제 흐름 속에서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 너무나 '뜨거운 감자' 1기 신도시 재정비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 5곳에 대한 재정비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1기 신도시 아파트는 준공 후 30년이 지나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지만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대선 과정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등 재정비 관련 공약이 나오자 기대감이 일었고 집값도 덩달아 들썩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공급 대책인 8·16대책에서는 연구용역을 거쳐 2024년 중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는 달랑 한 줄 분량의 발표가 나왔다. 신속한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은 실망을 넘어 분노로 바뀌었다. 이에 놀란 정부는 '10만호 공급'이 아니라 '10만호 공급 기반 구축'을 공약했다며 도시 재창조 수준의 마스터플랜 마련에 1년6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장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민관합동 TF와 지자체장 간담회 등을 통해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고 내년 2월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2024년 지자체별 정비기본계획 등이 수립되면 지역별로 1곳씩 재정비 선도지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부산 우동3구역 재개발 투시도. (자료=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수주한 부산 우동3구역 재개발 투시도. (자료=현대건설)

◇ 도시정비 수주 시장 훈풍…하지만

올 한해 대형건설사들의 재건축과 재개발, 리모델링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는 예년에 비해 크게 늘며 호황을 이뤘다. 29일 현재 올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의 도정 수주액은 총 42조93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한 해 이들 회사의 전체 도정 수주액 29조1785억원보다 1.4배 늘어난 수준이다. 10대 건설사 중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 6곳이 도정 최고 수주실적을 갈아치웠다. 맏형 현대건설은 도정에서만 9조3395억원 규모 일감을 확보하며 지난 2015년 GS건설이 세운 업계 역대 최고 도정 수주액 8조100억원을 가뿐히 넘겼다. GS건설은 7조1476억원으로 2위에 올랐고 대우건설이 5조276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DL이앤씨와 포스코건설, 롯데건설도 각각 4조8943억원, 4조5892억원, 4조2620억원 규모 일감을 따내며 4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주택 및 건설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얼어붙은 분양시장으로 인해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역대급 일감을 확보하고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였다. 

GS건설이 조성하는 '스마트양식 테스트베드' 조감도. (자료=GS건설)
GS건설이 조성하는 '스마트양식 테스트베드' 조감도. (자료=GS건설)

◇ 원자력부터 연어까지…새 먹거리 찾는 건설사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했던 주요 건설사들은 원자잿값 급등과 주택·건설시장 침체 등 변화한 시장 상황에 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먼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떠오르는 SMR(소형모듈원전)과 i-SMR(혁신형 소형모듈원전), MMR(초소형모듈원전) 등 차세대 원자력 시장에 뛰어들어 기술 확보에 나섰다. GS건설은 가장 독특한 행보를 보인다. 이 회사는 부산시와 함께 국내 최초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수처리를 거친 바닷물로 연간 500t 규모 대서양연어를 생산할 예정이다. CJ피드앤케어와는 국내 최초 양식 연어용 사료 개발도 진행 중이다. 환경·에너지기업으로 탈바꿈한 SK에코플랜트는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전자 폐기물 처리와 연료전지·수소·해상풍력 등 사업에서 외형 확장과 기술 고도화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건설사가 차세대이동수단인 UAM(도심항공교통) 실증사업에 참여하는 등 새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내 한 공사현장. (사진=신아일보DB)
경기도 성남시 내 한 공사 현장. (사진=신아일보DB)

◇ 원자재난에 자금난까지…어렵고 또 어려웠던 건설업계

올해 건설업계는 여러 난(難)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연초에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넘나든 원·달러 환율과 물가 상승 여파로 원자잿값이 폭등하며 공사 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올해 주요 건설사 대부분은 지난해 대비 매출 증대에도 불구하고 이익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반기에는 레고랜드발 자금난이 업계를 덮쳤다. 크게 동요한 시장을 보고 놀란 정부가 50조원+α 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긴급 대책을 내놓으며 안정화에 나섰지만 한번 흔들린 신뢰를 되찾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자금시장 경색에 시행사나 건설사가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사용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막히면서 건설업계에 돈맥 경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우석건설과 동원건설산업 등 지방 중견건설사도 부도를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지난해 매출 500억원 규모인 동원건설산업은 은행 어음 22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뿐만 아니라 롯데건설(8위)과 태영건설(17위) 등 시평 상위권 건설사들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PF 우발부채로 인한 단기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사진=신아일보DB)
지난 4월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사진=신아일보DB)

◇ 우여곡절 끝 최악 피한 둔촌주공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라 불리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이 우여곡절 끝에 분양했다. 5930가구 규모 둔촌주공은 1만2032가구 규모,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하는 매머드 단지 '올림픽파크 포레온'으로 탈바꿈한다. 총사업비는 4조3677억원이며 규모에 걸맞게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시평 상위 10대 건설사 중 4곳이 함께 시공 중이다. 초대형 사업장인 만큼 분양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이 2020년 6월 맺은 공사비 증액 계약의 적법성을 두고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183일간 현장이 멈춰섰다. 이후 사태가 일단락되고 공사가 재개됐지만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7000억원 규모 PF 차환에 어려움을 겪다가 만기를 하루 앞두고 금융당국의 중재로 차환에 성공했다. 여기에 이른바 '부엌뷰' 논란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 분양했지만 그간 제기됐던 '10만 청약설'이 무색하게 1·2순위 총 2만여명이 청약했고 전체 16개 주택형 중 4개에서 5배수 예비입주자를 모으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나름 선방했다'와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경기도 김포시 장릉에서 바라본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진=신아일보DB)
경기도 김포시 장릉에서 바라본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진=신아일보DB)

◇ 죽은 자와 산 자의 집…논란 속 입주 나선 왕릉뷰 아파트

일명 '왕릉뷰 아파트'로 논란이 된 인천 검단신도시 내 3개 단지가 올해 입주를 시작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7월 이들 아파트 단지 일부가 김포 장릉 경관을 해친다며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김포 장릉은 조선 16대왕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의 무덤으로 국가사적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중 하나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문화재로부터 500m 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문화재청의 개별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건설사들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공사를 진행했다고 반발했고 소송이 시작됐다. 올해 7월 행정소송 1심 재판부가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줬고 문화재청은 이에 항소한 상태다. 해당 현장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총 44개 동, 3400여가구 규모로 이 중 장릉 경관을 해친다며 문제가 된 아파트는 총 19개 동, 1400여가구에 달한다. 이들 3개 단지 모두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입주를 시작하면서 한층 복잡해진 권리관계로 인해 문화재청은 점차 수세에 몰리는 모습이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 당시 현장 모습. (사진=신아일보DB)
지난 1월11일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공사 현장. (사진=신아일보DB)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건설 안전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가깝다. 법 제정부터 시행 이후까지도 논란이 많았던 이 법은 노동계와 재계 양측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법안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10월에는 관련 사건을 맡은 한 로펌이 해당 법이 헌법상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기도 했다. 논란 속에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건설현장 사망사고 감축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시평 100대 건설사 현장에서는 총 41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명이 목숨을 잃은 것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사고 방지 효과가 기대 이하다. 이를 두고 입장에 따라 해석이 갈린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더 강화해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쪽과 실효성 없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고 안전 대책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쪽 의견이 부딪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내년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중대재해예방 실효성을 강화하고 안전 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재 방식을 개선하고 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