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결산-⑦LG] 4위 구광모, '굿바이 계열분리'…미래사업 집중
[10대그룹 결산-⑦LG] 4위 구광모, '굿바이 계열분리'…미래사업 집중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1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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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동력 올해 '빛', 미래사업 투자 대폭 늘려
배터리·소재 10조, AI 3조, 클린테크 2조 투입
숙부 구본준과 계열분리 완료, 지배체제 완성
실적부진 LGD, 적자전환…정호영 '체질개선' 특명

코로나19가 쓸고 간 2022년은 평온이 아닌 ‘공포’로 표현됐다. 오히려 경제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며 산업계는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빠졌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은 기업을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산업계는 ‘변화’로 대응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1위 기업 삼성전자는 회장시대를 다시 열며 재무장했고, 재계에선 1980년대생 3~4세 오너가 경영 전반에 등장하며 신사업으로 맞섰다. <신아일보>는 15일부터 2022년이 끝나는 그날까지 한국대표 10대그룹을 중심으로 산업계를 결산한다. 10위부터 역순으로 매일 한 그룹씩 발표한다. 오늘(23일)은 4위를 차지한 LG그룹 ‘구광모’다./ <편집자 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영상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3년 신년인사'를 하는 모습.[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영상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3년 신년사'를 하는 모습.[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2022년 키워드는 ‘미래’다. ‘결실, 미래를 향한 결단’의 한해였다. 그는 숙부 구본준 회장과 계열분리를 완료하며 과거를 정리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 수년 전부터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던 전장, 배터리, AI(인공지능) 등 사업들은 올해 들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구 회장은 ‘클린테크’를 미래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고 전체 사업방향과 대규모 투자도 결정했다. 다만 미래사업의 한 축인 ‘디스플레이’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시급한 개선과제로 떠올랐다.

22일 LG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미래성장 분야 5년간 106조원 투자를 올해 확정했다. 2026년까지 국내에만 투자되는 금액 중 48조원은 연구개발(R&D)이다. 나머지는 최첨단 고부가 생산시설 확충,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된다.

구 회장은 계열사 CEO들과 진행한 사업보고회에서 “사업의 미래 모습과 목표를 명확히 해 미래 준비의 실행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며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미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필요한 인재 발굴, 육성 등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성장동력, 줄줄이 성과…대규모 투자결정

구 회장이 손꼽은 미래분야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AI, 클린테크 등이다. 우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리더십 강화를 위해 배터리·소재 분야에 5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비롯해 △전고체 전지, 리튬황전지 등 차세대 전지 개발 △자원선순환 시스템 구축 △배터리 데이터 활용 진단·수명예측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LG화학은 양극재, 분리막, 탄소나노튜브등 배터리 소재 분야에 2026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구광모 회장이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차세대 배터리 소재에 대해 설명을 듣는 모습.[사진=LG]
구광모 회장이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차세대 배터리 소재에 대해 설명을 듣는 모습.[사진=LG]

그룹 차원에선 AI‧Data 분야에 3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EXAONE(엑사원)’ 등 AI 관련 연구개발에 집중한다. 초거대 AI를 통해 계열사의 난제 해결을 돕고 이종 산업분야와의 협업을 늘려 AI 리더십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구 회장은 또 바이오 분야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신재생 에너지 산업소재 등 친환경 클린테크 분야엔 5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이는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하던 사업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각 계열사에 포진한 전장(VS) 사업들은 올해 들어 매출을 크게 늘렸고 일부는 적자에서 벗어났다. LG전자의 전장(VS)사업본부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45.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분기부터 두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013년 사업 시작 후 9년간 손실에도 지속 투자한 빛을 보는 셈이다.

전기자 배터리를 담당한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매출을 전년 동기대비 89.9% 늘렸고 영업이익도 흑자전환 했다. LG이노텍도 3분기 전장부품 사업매출을 1년 전보다 48% 끌어올렸다. LG AI연구원은 출범 2년 만에 가시적 성과를 냈다. 초거대 AI(인공지능) ‘엑사원’을 기반으로 산업현장 난제를 해결했고 암세포 사멸유도 신항원 예측모델도 개발했다. 엑사원 상용화를 위한 개선작업도 진행 중이다.

◇ 숙부 구본준과 계열분리 완료…사업 투자·확장 속도

 

재계는 구광모 회장의 공격적인 미래투자 배경으로 그룹 체제, 지배구조 정비도 꼽는다.

구광모 회장은 올해 숙부인 구본준 LX홀딩스 회장과 계열분리를 완료했다. 분사와 지분정리에 대한 내용은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공개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LG-LX 계열분리 공식화는 지난 6월 발표됐다. LG의 계열분리는 그룹 전통인 ‘장자승계, 형제분리 경영’ 원칙에 따른 것이다. 구본준 회장은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다. 구광모 회장의 취임 이후 계열분리를 준비해왔다.

구광모 회장 입장에선 이번 계열분리로 전체 자산가치가 줄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떼어간 계열사 △LG상사(LX인터내셔널) △판토스(LX판토스) △LG하우시스(LX하우시스) △실리콘웍스(LX세미콘) △LGMMA(LXMMA)의 자산가치는 총 10조원에 달한다.

또 구광모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주사 LG 지분도 기존 45.88%에서 41.7%로 감소했다. 구본준 회장은 자신이 보유 중인 LG 지분 4.18%를 외부에 매각하고 이 매각대금을 활용해 구광모 회장 등이 가지고 있던 LX홀딩스 지분을 인수했다.

다만 구광모 회장이 손해만 본 건 아니다. 자신이 지닌 LG 지분 매각 없이 상속세 재원을 충당했다. 구광모 회장은 2018년 고 구본무 전 회장이 보유한 LG주식 대부분을 상속받은 후 총 상속세 7155억원을 6차례 걸쳐 납부 하고 있다. 그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 중 44.7%를 금융권 또는 세무서에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구광모 회장은 계열분리를 계기로 화학·전자·통신업 중심으로 그룹을 육성한다. 이번에 계열분리가 완료되면서 본격적인 투자·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 것이다.

◇ ‘유임’ LGD 정호영, 체질개선 ‘특명’

구 회장이 점찍은 미래사업 대부분이 순항 중이지만 ‘LG디스플레이’는 부진을 겪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원 이상 올렸다. 그러나 올 1분기들어 383억원으로 줄었고 2분기부터 적자 전환했다. 중국 업체들의 진입에 액정표시장치(LCD) 판가가 지속 하락했고 글로벌 경기 악화에 TV 구매도 둔화된 탓이다.

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LG]
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LG]

LG디스플레이는 차량 디스플레이 수주를 전년 대비 40% 이상 늘리며 전장사업을 확대 중이지만 실적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에 일부 임직원들을 계열사로 전환배치 시켰고 연내 TV용 LCD(액정표시장치) 국내 생산종료와 기능직(생산직) 전 사원 대상 자율휴직 실시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눈길을 끄는 건 실적부진에 대한 최고 책임자인 수장의 유임이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연말 인사에서 대표직을 유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부진에 임직원들이 전환 배치되는 마당에 대표를 유임시킨 건 예전 한 부회장처럼 체질개선 작업은 하고 떠나라는 의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 사장의 전임자인 한상범 부회장은 2012년 LG디스플레이 CEO로 취임한 첫 해 2분기부터 2017년 4분기까지 5년 이상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이후 2018년 1분기 영업손실에 비상경영을 선언했지만 적자는 지속됐다. 한 부회장은 2018년 말 인사에서 대표직을 유임했고 이듬해 연말 인사 전인 2019년 9월 사의를 표명했다. LG디스플레이의 정규직 수는 2018년 1분기 3만3405명에서 2019년 3분기 2만9065명으로 축소됐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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