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도 하나의 산업이다
원자력도 하나의 산업이다
  • 신재신
  • 승인 2010.02.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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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 사람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는데 내가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니까 그가 “아주 무시무시한 곳에 계시는 군요”라고 대답했다.

나보고 원자력 발전소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묻길래 방사선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더니 그는 정말로 좀 놀라는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내가 방사선안전팀에 있지만 방사선은 구경도 못해봤다”고 농담을 했다.

사실 방사선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내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원자력”이나 “방사선”이라고 하면 좀 무시무시한 것, 또는 잘못하면 큰 탈이 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댐”이나 “마천루”라는 말을 들을 때 그것이 무너져서 재앙이 발생하는 경우를 바로 연상하지 않는 것처럼 원자력이나 방사선에 대해서 꼭 경계심을 먼저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상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라고 하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의해서 사망한 사람은 당시에 31명이었으며 이후에 추가로 사망한 사람까지 다 포함하여 이 사고로 인한 총 사망자는 2006년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집계하기로는 56명이다.

그 정도의 인명 피해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사고치고는 사망자가 적은 편이다.

물론 이런 사고는 다시 있어서는 안 되는 재앙이요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일반 시민들이 원자력이라는 말만 들어도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어떤 대상을 생각하기에 앞서 그저 피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면 그것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원자력도 다른 것과 크게 다를 것 없는 하나의 산업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산업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유익을 줄 수 있으며 어떤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방사선도 마찬가지이다.

방사선은 엑스선과 같이 인류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낫다.

방사선을 잘못 취급할 때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지만 인간 세상에 그렇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매일 사용하지 않고는 못사는 전기도 잘못 다루면 우리의 생명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전기를 사용할 때마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마음을 졸인다면 우리는 아마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방사선은 전기 에너지와 같이 우리의 조상들이 기대하지도 않았던 자연의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광학 현미경만 사용하던 과학자들이 전자현미경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방사선도 인류에게 주어진 새로운 도구와 같다.

이것을 잘 사용하면 우리가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병의 목록이 늘어나고 물질의 성질을 연구하거나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데에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어떤 것을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는 것을 아는 것과 그것에 대해 늘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것은 다른 것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움 없이 사용하는 전기와 같이 원자력과 방사선을 대할 수 있다면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손해는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