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결산-⑤포스코] 6위 최정우, 기업 이미지 전환 '실패'
[10대그룹 결산-⑤포스코] 6위 최정우, 기업 이미지 전환 '실패'
  • 이성은·최지원 기자
  • 승인 2022.12.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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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후 21년 만에 지주사 체제 변신…신사업 확장 '구슬땀'
근로자사망·성폭력·태풍대비 비판 거세…위기대처 능력 '실종'

코로나19가 쓸고 간 2022년은 평온이 아닌 ‘공포’로 표현됐다. 오히려 경제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며 산업계는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빠졌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은 기업을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산업계는 ‘변화’로 대응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1위 기업 삼성전자는 회장시대를 다시 열며 재무장했고, 재계에선 1980년대생 3~4세 오너가 경영 전반에 등장하며 신사업으로 맞섰다. <신아일보>는 15일부터 2022년이 끝나는 그날까지 한국대표 10대그룹을 중심으로 산업계를 결산한다. 10위부터 역순으로 매일 한 그룹씩 발표한다. 오늘(21일)은 6위를 차지한 포스코그룹 ‘최정우’다./ <편집자 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그룹]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그룹]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올해 기업 이미지 전환에 나섰다. 최 회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 친환경 신사업 모색 등으로 기존 철강업 이미지의 변신을 꾀했다. 하지만 기업 이미지는 오히려 실추됐다. 근로자 사망사고, 지주사 설립 관련 지역사회 반발, 성윤리 위반, 태풍 힌남노 피해 사전 대비 등 대내외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올해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설립, 이차전지소재 육성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음에도 위기 대처 능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주사 체제 전환…친환경 소재기업 도약 '올인'

최 회장은 올해 3월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 출범과 함께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이로써 포스코는 지난 2000년 10월 민영화 이후 21년 만에 투자형 지주사 아래 철강 등 자회사를 두는 체제로 바뀌었다. 지배구조는 포스코홀딩스가 최상단에 있고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에너지·인터내셔널·건설 등 자회사가 아래 놓이는 형태다. 이를 통해 기존 철강 중심 기업 이미지를 벗어나 지주사를 중심으로 신사업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특히 기존 철강사업 부문은 포스코로 물적 분할 돼 수소환원제철, 탄소 포집·활용·저장기술(CCUS) 등 친환경 생산체제로 전환했다. 철강 사업에 치중됐던 기존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

최 회장은 △철강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을 그룹 7대 핵심 사업으로 낙점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최 회장은 포스코홀딩스를 이차전지소재 강자로 육성한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최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양극재 61만톤(t) △음극재 32만t △리튬 30만t △니켈 22만t 생산·판매 체제를 구축해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서만 매출액 4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올해 7월 제시했다.

이차전지 사업 관련 전방위 협력도 적극 추진했다. 최 회장은 올해 10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이차전지 소재 전략적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같은달 허태수 GS그룹 회장과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 합작법인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 설립을 위한 계약 서명을 진행했다.

(사진 왼쪽부터)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이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 설립을 위한 계약 서명식(JVA)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사진=포스코그룹]
(왼쪽부터)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이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 설립을 위한 계약 서명식(JVA)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사진=포스코그룹]

최 회장은 이차전지 원재료인 리튬사업 확장에도 나섰다. 최 회장은 올해 3월 아르헨티나 현지에 수산화리튬 상용화 공장을 착공했다. 오는 2024년 상반기 준공 후 연간 2만5000t 규모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게 된다. 이후 추가 투자를 통해 오는 2028년 10만t 규모까지 생산을 확대한다. 또 최 회장은 아르헨티나 리튬 2단계 사업을 통해 오는 2025년부터 국내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한다. 3·4단계 사업의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은 북미 지역 설립을 검토 중이다.

◇각종 사건사고, 빛 바랜 성과…임기 지속 ‘의문’

최 회장의 성과는 각종 사건사고로 빛을 바랬다. 올해 사과문만 두 차례 냈다.

올해 연초부터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1월20일 포항제철소에서 화성부 3코크스 공장에서 스팀 배관 보온작업자를 안전 감시하던 용역업체 직원 1명이 장입차량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1주일 앞두고 일어난 사고였다. 최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모든 업무 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 핵심가치이자 기업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구호에 그쳤다. 결국 사과문을 냈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 논란은 지역사회와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설립 추진 전 포항시나 시민들과 제대로 협의하거나 알리지 않았다. 지난해 12월10일 이사회 의결 이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각계각층은 올해 1월부터 반발했다. 최 회장에 대한 비판 현수막이 포항시내 곳곳에 걸렸다. 최 회장은 그제야 움직였다. 포스코는 올해 2월부터 포항 국회의원 등과 만남을 추진했다. 이후 지주사의 포항 이전 추진 합의문을 발표했다. 갈등 발생 한 달 만이었다. 하지만 올해 8월까지 지주사 포항 이전 합의 이행과 최 회장 퇴진 촉구 집회가 열리는 등 갈등은 계속됐다.

성폭력 사건도 벌어졌다.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이 동료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며 고소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포스코는 사과문을 냈다. 김학동 부회장 명의였다. 최 회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지주사 설립 덕분이다. 지주사 설립으로 포스코 철강사업 전문 자회사가 돼 최 회장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되는 여건이 조성됐다. 포스코는 사과문 발표 이후 직·간접 관리 책임이 있는 임원 6명을 중징계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6명 중 1명은 경고 처분에 그쳤고 5명은 감봉 등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징계로 보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지난 9월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 압연지역(후판공장) 지하에서 직원들과 함께 토사 제거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포스코그룹]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 첫번째)이 지난 9월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 압연지역(후판공장) 지하에서 직원들과 함께 토사 제거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포스코그룹]

최 회장은 태풍 힌남노 피해 책임론까지 받았다. 포항제철소는 태풍 힌남노로 49년 만에 가동을 멈췄다. 하지만 태풍 피해 전 최 회장은 태풍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한 적이 없다고 비판받았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 회장에게 “최고경영자로서 관리 책임을 다했는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최 회장은 포스코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된 9월3일 골프장에 방문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임기를 마치는 오는 2024년까지 회장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 사업 추진 성과에도 위기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임기 순항에 걸림돌이다. 그동안 포스코 전임 회장들은 정권교체기 모두 중도 하차했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는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선진경영관리체제로 전환을 통해 친환경 미래소재 전문 그룹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업별 전문성 강화와 시너지 창출로 친환경 성장을 실현해 친환경 미래소재를 기반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며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e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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