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4년만의 '납품단가 연동제' 첫걸음
[기자수첩] 14년만의 '납품단가 연동제' 첫걸음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2.12.1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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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계 숙원이자 14년간 제자리걸음만 걷던 ‘납품단가(대금) 연동제’가 국회 문턱을 넘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계약기간에 원자재 등의 가격이 변동할 경우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도록 조정하는 제도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해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자 납품단가 연동제 필요성이 나왔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대기업 등이 중소기업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해 주지 않은 점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키웠다.

중소기업에 납품단가 연동제는 기업 생존이 걸린 문제였지만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법안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시장경제에 무리하게 개입해 경쟁력이 없는 기업도 살아남도록 해주는 법안이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저렴하게 부품을 생산하는 건 기업의 경쟁력이고 이런 경쟁력 있는 부품을 납품받아 완성품을 만드는 게 대기업은 물론 한국 경제 상승에 이득이라는 이유다. 납품단가 연동제로 납품가가 상승하면 결국 소비자에게 인상된 가격이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납품단가 연동제 같은 최소한의 법안이 꼭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알게 모르게 이어진 불공정한 계약 관계로 인해 중소기업은 R&D(연구개발)에 투자는 엄두는 못 내고 부품가를 낮추는 데만 역량을 다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과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이 생산한 상품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것이 상품성과 중소기업 성장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중소기업계는 입을 모은다. 특히 한국 중소기업 종사자는 1754만 1182명(2020년 말 기준)으로 전체 기업 종사자의 81.3%를 차지한다. 그만큼 중소기업 여건이 좋아질수록 대다수 기업 종사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납품단가 연동제 법안의 국회 통과와 관련해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중소기업들이 공정하게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상생협력의 거래문화가 시작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납품단가 연동제가 안착할 수 있도록 상생의 관점에서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영 장관의 말대로 중소기업계는 상생협력 거래문화가 안착하길 고대한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첫걸음을 내딛기까지 14년이 걸렸다. 여전히 대기업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려와 기대가 함께 하는 걸음이지만 상생경영이라는 원대한 종착지로 가길 위해서 정부와 기업 모두 협력해야 한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