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 '낙하산' 부담…연임제 개정 '예의 주시'
코로나19가 쓸고 간 2022년은 평온이 아닌 ‘공포’로 표현됐다. 오히려 경제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며 산업계는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빠졌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은 기업을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산업계는 ‘변화’로 대응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1위 기업 삼성전자는 회장시대를 다시 열며 재무장했고, 재계에선 1980년대생 3~4세 오너가 경영 전반에 등장하며 신사업으로 맞섰다. <신아일보>는 15일부터 2022년이 끝나는 그날까지 한국대표 10대그룹을 중심으로 산업계를 결산한다. 10위부터 역순으로 매일 한 그룹씩 발표한다. 오늘(15일)은 10위를 차지한 농협 ‘이성희’다./ <편집자 주>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사진=농협]](/news/photo/202212/1636440_805831_955.png)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은 ‘100년 농협’과 ‘농업 혁신’을 키워드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모멘텀을 디지털과 유통 개혁에 뒀다. 그는 이성희표 ‘스마트 농업’을 본격화하며 디지털 농업 확산에 공을 들였다. 또한 통합김치공장 구축 등으로 유통사업 경쟁력과 효율성을 배가시키는데 주력했다.
다만 최근 농협금융지주 차기회장에 현 정부와 가까운 관료 출신을 내정해 ‘낙하산 인사’ 논란을 키운 것은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됐다.
14일 농협에 따르면, 임기 반환점을 돈 이성희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디지털 농업 확산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 농업의 스마트화를 앞당기겠다. 유통 개혁은 농협의 숙명이자 농업의 희망을 앞당기는 중차대한 과제”라며 가시적인 성과를 자부했다. 앞서 이 회장은 2020년 1월 임기 4년의 제24대 농협중앙회장에 취임했다.
◇전국단위 스마트농업 기술 확산 주력
이 회장은 올해 디지털 농업과 유통 혁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신년 첫 업무를 충남 동천안농협 ‘스마트농업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이성희표 디지털 사업의 핵심 성과로 스마트농업지원센터가 꼽힌다. 농협의 스마트농업지원센터는 스마트팜(지능형 농장) 도입을 원하는 중소농, 청년농을 위한 종합지원센터다. 스마트팜 시설투자·경작·기술보급·판매 등을 아우르며 전국 단위로 스마트농업 기술을 확산시키는 게 주된 목적이다. 현재 충남 1곳, 서울 1곳에 시범 조성했다. 이달 말 경기 양평농협에 3호 센터가 오픈된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가운데)이 지난 11월16일 서울 '영동농협 스마트농업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전성수 서초구청장(왼쪽 첫번째), 박성중 국회의원(두번째), 이종호 영동농협조합장(네번째) 스마트팜 참여 도시민(다섯번째) 등과 함께 엽채류 정식을 하고 있다. [사진=농협]](/news/photo/202212/1636440_805836_1336.jpg)
1호 동천안농협 스마트농업지원센터는 30~60대 11농가가 스마트팜을 통해 과채류, 엽채류 등의 작물재배 경험을 축적했다. 이중 농가 4곳은 스마트팜 창업을 예정 중이다. 서울 영동농협 스마트농업지원센터는 도시민과 함께하는 ‘귀농귀촌’ 모델로, 이달 말 문을 여는 양평농협 스마트농업지원센터는 ‘영농형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는 등 각 지역 사정에 맞춰 특화했다.
농협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설원예부터 노지까지 각 지역 스마트농업 확산 거점으로 활용된다”며 “2024년까지 최대 16곳의 스마트농업지원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주요 축산시장을 중심으로 비대면 ‘스마트 가축시장’ 플랫폼을 개설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손쉽게 목장관리를 할 수 있는 ‘NH하나로목장’을 내놓는 등 축산농가 편의를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켓컬리와 손잡고 온라인 판로 확장
유통사업 혁신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이 지난 4월 전국 8개 농협김치공장을 일원화한 통합법인 출범과 함께 ‘한국농협김치’ 브랜드를 론칭한 건 대표 성과다. 기존에 분산된 조직·인력·생산 등의 역량을 하나로 집중시켜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수출용·절임배추 등 각 공장별 기능을 분담해 효율성을 높였다.
올 9월말 기준 매출액은 5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 늘었다. 대상 종가, CJ 비비고 등 경쟁사들이 원가 부담을 이유로 김치 가격을 올렸음에도 농협은 과감히 동결을 선언하며 차별화했다. 최근에는 일본, 미국 등 해외 수출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또 취약한 온라인 채널 강화를 위해 ‘e하나로마트(전국 133곳)’를 확대하고 새벽배송 1위 ‘마켓컬리’와 손을 잡았다. 자회사 NH무역을 통해서는 미국 아마존에 ‘농협브랜드샵’을 오픈했다.
◇잔여임기 1년, 성공한 농협회장 목표
이 회장은 최근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단독 후보로 내정되면서 ‘관치·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NH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역임한 이 후보자는 지난해 6월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캠프에서 처음으로 영입한 인사다.
일각에선 이 회장을 포함해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을 골자로 한 ‘농협협동조합법’ 개정이 논의된 상황에서 현 정부와 가까운 인사를 앉혀 이 회장이 연임제 도입에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농협은 이에 대해 법 개정은 국회 권한이라 이 전 실장 선임과 이 회장 연임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에 디지털 농업 강화와 유통 혁신에 더욱 속도를 내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안정화해 성공한 ‘농협중앙회장’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단 연임제가 통과되면 차기 선거도 노릴 수 있는 만큼 내년 사업성과는 물론 전국의 조합장을 대상으로 표밭 관리에 신경을 더욱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창립 61주년 행사에서 “유통·디지털 혁신으로 새로운 100년 농협을 준비하고 있다”며 “농협의 노력이 우리 농업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