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교착 빠진 노정… 政·與 강경 기조로 지지율 상승세
[정치포커스] 교착 빠진 노정… 政·與 강경 기조로 지지율 상승세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12.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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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철회했지만… 政 "안전운임제 연장안 전면 재검토"
野 단독 처리 등 정부 저지 나서… "혐노동 폭주" 비판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가 9일 파업 종료를 선언했지만, 정부가 여전히 단호한 태도를 보여 당분간 노정 관계가 교착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집단운송거부 사태 정당화 될 수 없어"
"품목 확대 요구 불가하단 게 일관된 입장"

정부·여당은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 '품목 적용 범위 확대' 등 요구에 대해 '선(先) 복귀, 후(後) 대화'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화물연대가 이날 총투표를 거쳐 파업 철회를 알렸지만, 정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등을 재검토하며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화물연대의 총파업 철회 후 발표한 논평에서 "국민의 냉담한 시선과 불법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단 정부의 일관된 원칙이 화물연대의 파업을 멈추게 했다"고 언급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이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안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에서 단독 처리한 데 대해 "민주당은 화물연대 비위 맞추듯 이미 효력을 상실된 안을 주장할 게 아니라 화물 운송시장의 발전을 위한 보다 근원적인 법안 마련에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여당 국토위 간사인 김정재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과거 정부안인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안'을 수용한다고 해서 이번 집단운송거부 사태가 결코 정당화될 순 없다"고 날 세웠다.

김 의원은 "이번 집단운송거부 과정에서발생한 국가 경제적 피해와 각종 불법행위는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면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자 불법 행위 주도자 및 가담자에 대한 처벌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화물연대 지도부는 막대한 국민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집단운송거부에 대해 국민들께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명분 없는 집단운송거부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화물연대 지도부는 집단운송거부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연대 총투표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11월22일 정부·여당이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적은 있다"면서도 "화물연대가 11월24일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했기 때문에 그 제안은 무효화된 것"이라고 선 그었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논의를 요구하고 있으나,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게 정부·여당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선 복귀, 후 대화'라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며, 여기에는 어떤 조건도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철회 결정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철회 결정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사문제 흔들림 없이 법·원칙 지킬 것"
'화물연대 대립' 尹대통령 지지율 호재로

대통령실 역시 '법과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정부는 노사문제에 관해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을 지키며 청년 세대 일자리 확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공정하고 미래지향적인 노사 문화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우리 경제와 민생에 천문학적 피해를 줬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 화물업계의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정부·여당의 강경 기조는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날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6~8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 오차범위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 대비 2%p 상승한 33%를 나타냈다. 11월3주차(29%) 이후 꾸준한 상승세다.

긍정 평가 이유로 가장 높은 건 '노조 대응(24%)'였다. 이어 '공정·정의·원칙(12%)', '결단력·추진력·뚝심(6%)' 등이었다.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전주 대비 1%p 하락한 59%로 집계됐다.

부정평가 경우 지난 9월3주차(59%) 이후 줄곧 60%대를 기록했는데, 12주 만인 이번 여론조사에서 다소 내려가 다시 50%대로 들어선 모습이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독단적·일반적', '소통 미흡' 9% △'외교', '경제와 민생을 살피지 않음', '전반적으로 잘 못한다', '경험과 자질 부족·무능함' 8% 등이었다.

다만 '노동자 처우와 노동 정책'도 '이태원 참사·사건 대처 미흡', '공정하지 않음', '통합·협치 부족' 등과 동률인 3%로 관측됐다.

한국갤럽은 "이번 주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 이유에서 '노조 대응'이 최상위로 부상했고, 부정 평가 이유는 (이전 조사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도 "노조 대응을 대통령 직무 평가 반등의 전적인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석 달간 연이은 비속어 파문, 10.29 참사 수습, MBC 등 언론 대응 관련 공방이 잦아든 결과로 짐작된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강점인 법치주의, 원리·원칙 등이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에서 다시 부각되면서 국정 지지도가 상승했다는 풀이를 내놓기도 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소폭 변화가 있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6%(1%p↑), 더불어민주당 32%(1%p↓)였다. 무당층은 26%로 집계됐다.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이 가결됐다.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이 가결됐다. (사진=연합뉴스)

◇野, '안전운임제 연장' 단독 상임위 통과
與 반발로 법사위에서 막힐까… 尹정부 맹공

야당은 윤석열 정부에게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는 한편,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국토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독으로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개최해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의결했다.

이들은 오전 법안소위를 열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에 '안전운임제를 2025년 12월31일까지 운영한다'는 부칙을 추가해 넘긴 뒤, 전체회의를 잇달아 개최해 단독 의결 절차를 밟았다.

국민의힘 소속 국토위 의원들은 이에 이견을 보이며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민주당 소속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이에 대해 "국토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중요한 법안심사임에도 불구하고 불출석 사유서만 제출하고 일방적으로 출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에 대해 여야 간 입장차가 극명한 만큼 향후 처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통상 법안은 해당 상임위를 거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넘긴 뒤 본회의에 상정된다.

현재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인 만큼, 법사위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아울러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기 위해 안건조정위원회에 법안을 넘길 수 있단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건조정위원회는 첨예한 이견을 보이는 법안을 논의하는 기구로, 최장 90일까지 법안 심사를 실시할 수 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화물연대가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파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 불편과 경제 위기를 고려해 내린 대승적 결단이자 양보"라면서 정부가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번 파업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부른 파업이었다"면서 "(정부는) 불법 딱지, 빨갱이 딱지를 마구잡이로 붙여 여론을 호도하고, 혐오를 조장하고, 국민 갈리치기를 동원했다. 업무개시명령과 공정거래위원회 동원 등 반헌법적 탄압으로 일관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에게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이행을 요구한 뒤 "노동자와 대화와 교섭의 틀을 마련하고 성실히 임하라.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 노동자들을 방임한 채로, 사법 처벌과 손해배상소송 운운으로 노동자를 협박하는 재벌의 대리인 같은 행태를 멈추라"면서 "정부답게 사태의 평화적 수습에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류호정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화물연대 총파업 철회는 윤석열 정부의 승리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 경찰의 수사로 화물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찍어누른 반노동 참사다. 화물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안전을 볼모로 국정 지지율을 획책한 혐노동 폭주다"고 일갈했다.

또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마저 발목 잡으려 해선 안 될 것"이라면서 "안전운임제가 중단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본회의 처리에 적극 협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화물연대는 이날 총투표를 통해 파업을 종료했다. 투표는 조합원 2만6144명 가운데 3575명(13.67%)이 참여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찬성은 2211명(61.82%)으로 과반을 넘겼고, 반대는 1343명(37.55%)였다. 무효표는 21명(0.58%)이었다.

화물연대는 이에 따라 파업을 해제하고 이날부로 현장에 다시 나섰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