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2%대, 풀무원 김치…이효율 투자 의지 '의문'
20년간 2%대, 풀무원 김치…이효율 투자 의지 '의문'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12.0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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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CJ 밀려 수년째 '만년 3위'…존재감 '추락'
전문경영인 이후 수출만 고집, 내수 전량 OEM '소홀'
이효율 풀무원 대표(좌)와 풀무원 김치 제품. [사진=풀무원, 편집=고아라 기자]
이효율 풀무원 대표(좌)와 풀무원 김치 제품. [사진=풀무원, 편집=고아라 기자]

풀무원 내수 김치사업이 별다른 동력을 찾지 못한 채 20여년간 시장점유율 평균 2%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효율 풀무원 대표의 소극적인 투자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치시장에서의 풀무원의 존재감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8일 관련업계와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풀무원은 국내 포장김치시장에서 점유율 평균 2%대로 만년 3위다. ‘종가’ 브랜드를 보유한 대상의 경우 올 3분기 점유율은 42.9%로 1위다. 2위는 ‘비비고’를 앞세운 39%의 CJ제일제당이다. 3위 풀무원은 1위 대상과 20배 이상 격차를 나타냈다. 

◇포장김치시장 커지지만…생산라인 전무, 업력 23년 무색

풀무원은 1999년부터 김치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로 업력 23년째다. 특히 1987년 김치박물관(지금의 뮤지엄김치간)을 운영할 정도로 풀무원의 김치사업 애정은 깊다. 

그럼에도 풀무원은 경쟁사인 대상, CJ와 달리 자체 김치 생산라인이 없다. 모아·김치나라 등 일부 중소업체를 통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김치를 유통·판매한다. 풀무원 관계자는 “김치는 수작업이 많아 생산전문성이 높은 인력이 중요하다”며 “김치 생산은 다수의 전문도급사 위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풀무원은 이효율 총괄 대표가 2018년부터 경영 전반을 맡고 있다. 이전까진 오너였던 남승우 전 총괄 대표 체제였다. 이 대표는 주력인 포장 두부·콩나물 등 신선 식재료 중심에서 생면, 가정간편식(HMR), 식물성식품으로 다각화를 꾀했다. 지난해에는 충청북도 음성에 최첨단 간편식 생면공장을 준공했다. 투자액만 600억원이다. 반면 내수 김치사업 투자는 별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관련 매출에서도 드러났다. 풀무원의 김치·장류·절임류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액은 729억원이다. 사업 비중은 전체 2조1107억원의 2.6%에 불과하다.

반면 포장김치시장은 전체적으로 확대됐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포장김치시장 규모는 2015년 1482억원에서 2020년 3023억원으로 5년 새 104% 성장했다. 지난해는 코로나 확산 등의 이유로 2750억원에 그쳤지만 시장 전반으로는 성장세가 지속됐다.

김치업계 한 관계자는 “김치는 대기업뿐 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있어 자체 생산라인 없이 마케팅, 영업망으로만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지금의 풀무원 김치는 대기업 간판만 달고 명맥만 겨우 유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영진이) OEM만 고집하는 것은 투자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요즘은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도 풀무원 김치를 쉽게 보기 힘들 만큼 존재감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김치 1위' 노이즈 마케팅 구설수

풀무원의 글로벌 김치사업은 내수와 다른 양상이다. 이효율 대표 취임 이듬해인 2019년 5월부터 전북 익산의 수출 전용 김치공장이 가동되면서 해외 김치사업에 힘이 실렸다. 이 대표는 당시 “김치세계화라는 새로운 글로벌 도전에 나섰다”며 “풀무원을 글로벌 NO.1 김치로 성장시켜 김치종주국 위상을 강화할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내수가 약한 상황에서 먼저 해외에 진출한 대상, CJ, 농협 등과 맞붙을만한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을 가졌다. 더욱이 풀무원은 익산공장 가동을 시작한지 4개월 만인 그 해 9월 ‘미국 김치시장 점유율 1위’를 내세우며 논란을 만들었다. 풀무원은 당시 “미국 김치시장 점유율 40.4%(2019년 8월, 닐슨)로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공장 가동 직후인 그 해 6월 미국 월마트·퍼블릭스 등 대형마트 5000여 매장에 김치 제품을 입점시켰다. 관련 데이터는 풀무원 김치가 입점한 대형마트 기준으로 점유율을 산출한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풀무원이 1위라고 강조했던 2019년 김치의 미국 수출액은 약 1480만달러(194억원)다. 업계 추정으로 미국에 수출되는 김치의 50% 가량은 대상이 차지하고, 이어 농협 20%, CJ 10% 정도라고 알려졌다. 풀무원의 그 해 김치 수출액은 12억원 정도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 업계는 이 대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풀무원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봤다”면서도 “데이터를 과장 해석한 점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김치 수출 순위는 그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풀무원은 여전히 내수보다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수출액은 2019년 12억원에서 이듬해 100억원을 넘었다. 내부적으로는 올해도 김치 수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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