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갈등 평행선…'은마아파트 행정조사' 착수
GTX 갈등 평행선…'은마아파트 행정조사' 착수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2.12.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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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안 검토하라" vs "최신 공법으로 안전" 주장 대립
국토부, 공금 부정 사용 의혹 조사로 은마 추진위 압박
지난달 30일 서울시 강남구 은마아파트에 걸린 GTX 관통 반대 현수막. (사진=남정호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시 강남구 은마아파트에 걸린 GTX 관통 반대 현수막. (사진=남정호 기자)

GTX-C 노선 일부 구간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는 것을 두고 벌어진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는 우회안이 있음에도 왜 주거지를 관통하느냐고 반발한다. 국토부도 지하 대심도에 안전한 최신 공법을 적용함에도 유독 은마아파트만 하부에 철로가 지나가면 안 된다고 하느냐며 맞선다. 추진위가 3주 넘게 노선 변경 촉구 집회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토부는 서울시와 함께 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 운영 실태에 대한 행정조사에 착수한다.

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서울시와 함께 이날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행정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합동점검반은 추진위에 대해 재건축사업 추진을 위한 용역 계약과 회계 처리, 정보 공개 등 운영실태 전반에 대해 관계 법령과 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한다.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해서는 장기수선충당금 집행 등 공동주택 관리 업무처리 전반에 대해 관련 법령 준수 여부를 살핀다.

이번 행정조사 배경에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을 두고 벌어진 정부와 추진위 간 갈등이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추진위는 장기수선충당금 등 공금을 'GTX 노선 은마아파트 지하 통과 반대' 집회와 시위 등에 사용하는 등 위법한 업무 추진 의혹을 받고 있다. 추진위는 GTX-C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지난달 12일부터 현대건설의 모기업 수유주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주변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추진위는 GTX-C 양재역-삼성역 구간이 단지 내 10여 개 동 지하를 관통한다며 노선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국토부가 추진한 GTX-C 노선 삼성역-양재역 구간 대안 노선 용역보고서에 은마아파트를 우회하는 대안이 있음에도 국토부와 해당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이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 등이 지난달 30일 서울시 용산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주변에서 GTX 노선 변경 요구 집회를 했다. (사진=남정호 기자)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 등이 지난달 30일 서울시 용산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주변에서 GTX 노선 변경 요구 집회를 했다. (사진=남정호 기자)

추진위는 은마가 지난 1979년 내진설계 없이 한강 지류와 늪지대 위에 지어진 노후 아파트로 단지 내외부에 싱크홀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하는 등 불안한 지반 위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서울시와 강남구청으로부터 붕괴위험·지반침하 경고를 받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GTX-C 노선 공사가 진행되면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추진위 주장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국토부 용역보고서에 있는) 탄천안의 경우 주거지 밑을 아무 데도 안 지나간다"며 "계획이라는 게 더 나은 게 있고 협의가 되면 변경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밝힌 바처럼 안전에 지장이 없는 만큼 원안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 장관은 지난달 23일 서울시 강남구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은마아파트 주민 의견수렴 간담회에서 "안전한 공법에도 불구하고 은마아파트만 유독 주택 하부에 철로가 지나가면 안된다는 주장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현재 노선은 2014년 예비타당성 조사 때부터 여러 대안을 검토해 선정된 결과고 준비된 원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는 구간에 TBM(터널 굴착기) 공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TBM은 회전 커터에 의해 터널 전단면을 절삭하거나 파쇄해 굴착하는 기계로 진동과 소음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GTX는 (지하) 60m 이상 대심도 터널공사고 은마아파트 구간은 발파방식이 아닌 첨단 기술력이 총동원되는 TBM 공법으로 계획돼있다"며 "GTX는 주택가뿐만 아니라 한강 하저도 통과하는데 단순히 지하를 통과한다는 사실만으로 위험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