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손태승 회장에게도 봄은 오는가
[기자수첩] 손태승 회장에게도 봄은 오는가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2.11.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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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아니. 이제는 외출할 때면 옷장 깊숙한 곳에 있던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고 옷깃을 여민 채 종종걸음을 걸어야 할 정도로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었다. 

추운 겨울이 가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온다.

봄은 생명이다. 겨우내 추위로 얼어붙은 땅을 뚫고 싱그러운 새싹이 기적처럼 다시 기지개를 켜고 세상으로 나오기에 봄은 생명이다.

봄은 희망이다. 살을 에는듯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을 이겨내면 또다시 따사로움이 내 몸을 감쌀 시간이 찾아올 것을 알기에 봄은 희망이다.

대표적인 저항 시인인 이상화가 일제 강점기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며 노래한 것도 봄은 생명이고, 희망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어두운 터널이 마침내 끝을 보인다. 힘들고 어려웠던 나날을 묵묵히 참고 견디며 제자리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 이들이 있었기에 드디어 길고 지루한 어둠도 마침표만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그 마침표가 반갑지만은 않다.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유례없는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금리 상승, 여기에 경기침체라는 또 다른 시련과 마주해야 한다.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금융권 수장들에 대한 연임에 무게가 힘이 실리고 있다.

힘든 시기 안정적인 경영으로 주주는 물론 우리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한 리더십은 새로운 역경을 헤쳐 나가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역시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임에 청신호를 켰다. 지난 7월 우리은행의 파생결합펀드(DLF) 손실과 관련한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손태승 회장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그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도 해소됐다.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이 손 회장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결이 비슷한 사안에서 법원이 손 회장 손을 들어준 만큼 이 역시 경감될 수 있다는 전망이 강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로 정부 책임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전격 확정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기다렸다는 듯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손 회장을 압박했다. 불확실성 확대로 안정적인 리더십이 중요한 시기에 사실상 법적 권리를 행사하지 말 것을 강요한 모양새로, 금융당국 수장 스스로 관치금융 논란에 불을 지폈다.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손 회장이 이번 건에 대해서도 법원 판단을 받으면 DLF 건과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기 위해서는 엄동설한 맹추위를 이겨내야 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도 과연 봄은 찾아올지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