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GTX-C는 은마아파트를 피해 가야 할까?
[데스크 칼럼] GTX-C는 은마아파트를 피해 가야 할까?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2.11.25 16: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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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 월요일 아침. 첫 출근하는 후배 기자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일부러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버스에 자리가 없어서 하나 보냈어요. 이 시간대는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다음 버스 타면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오전 6시20분)

그리고 18분 후 다시 메시지가 왔다.

"선배…자리가 또 없어요…어쩌죠…6시에 나왔는데 이 정도일 줄 몰랐습니다…"(오전 6시38~39분)

그리고 14분 후.

"선배 또 자리가 없어서 그냥 택시 타고 가겠습니다…"(오전 6시53분)

경기도 파주에서 서울로의 출퇴근. 출근 시간이 오전 9시인 회사에 다니다 오전 8시 출근을 시작하게 된 이 기자는 월요일 아침 수도권 교통의 쓴맛을 제대로 경험했다. 2시간을 잡고 나와도 마음을 졸여야하는 출근길이다.

정부는 국토 균형 발전을 외치지만 현실 속 수도권 집중은 그다지 해소된 게 없다. 오히려 높은 서울 집값과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서울 주변 경기도 지역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수도권 전체로는 인구가 더 늘어나는 모습이다. 

2012년 1209만이던 경기도 인구는 2021년 1357만으로 늘었고 2012년 284만이던 인천 인구는 지난해 295만이 됐다. 수도권 중 서울 인구만 2012년 1020만에서 2021년 951만으로 줄었다. 서울 사람은 줄고 인천·경기 사람은 늘고 있다. 서울에서 외곽으로 인구가 밀려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사람이 나온다고 기업까지 따라 나오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여전히 많은 수도권 직장인들이 서울을 향해 집을 나선다. 인천·경기와 서울을 잇는 교통의 과부하 정도가 점점 심화한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일단 광역버스 확충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지금 기대할 만한 건 역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개통이다.

GTX가 수도권 주민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아는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존 노선 확대는 물론 D·E·F 3개 노선을 추가한다는 공약까지 내놨다. 노선이 많이 생기면 수도권 인구 이동이 훨씬 편해지겠지만 기존에 잡힌 계획부터 제대로 추진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강남구민회관을 찾았다. 이곳에서 서울 은마아파트 주민 대표자들에게 GTX-C 노선 공법의 안전성을 설명하고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GTX-C 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가는데 일부 주민들이 이와 관련한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의 요구는 우회 노선을 새로 그리라는 거다.

원희룡 장관은 주민 설명회 형태로 자리를 마련했지만 상당히 단호한 견해를 밝히고 돌아왔다. 

원 장관은 안전 문제와 관련해 "GTX는 60m 이상 대심도 터널 공사고 은마아파트 구간은 발파 방식이 아닌 첨단 기술력이 총동원되는 TBM 공법으로 계획돼 있다"며 "GTX는 주택가뿐만 아니라 한강 하저도 통과하는데 단순히 지하를 통과한다는 사실만으로 위험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TBM(Tunnel Boring Machine)은 회전 커터에 의해 터널 전단면을 절삭 또는 파쇄해 굴착하는 공법으로 발파 방식 대비 진동과 소음이 현저히 작다.

원 장관은 또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키며 국가사업을 방해하고 선동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관이 직접 찾아가 견해를 밝혔다는 건 그만큼 GTX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이란 얘기다. 원 장관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정부의 방향성도 비교적 뚜렷하게 밝힌 건 잘했다고 본다.

대부분 건설 공사에는 민원이 발생한다. 모든 민원은 귀담아들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민원을 다 이뤄줄 수는 없다. 충분히 귀담아 듣되 법과 원칙,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일을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 정치적 논리나 이해관계가 작용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배는 산으로 간다.

내 집 밑으로 지하철이 지나가는 건 싫지만 지하철역은 가까웠으면 좋겠다. 내 집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건 싫지만 공항은 가까웠으면 좋겠다. 내 집과 고속도로 접근성이 좋길 바라지만 자동차 소음은 싫다. 모든 이의 바람을 만족하는 사업은 현실적으로 없다. 함께 살아가는 도시에서는 일정 부분 양보와 이해가 필요하다.

수도권 주민들은 바로 지금이 고통스럽다. 윤 대통령 공약처럼 뭘 더 하려고 하기 전에 이미 마련된 계획부터 원칙대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안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민원을 제기한다고 안전을 더 챙기고 수용한다고 덜 챙기는 식의 비위 맞추기 사업은 안 된다. 철저한 원칙과 과학적 분석에 따라 GTX가 지나는 모든 노선은 100% 안전하다는 확신을 보여줘야 한다.

은마아파트 관련자들도 문제 제기 방식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이태원 참사 사고 은마에서 또 터진다'라는 자극적인 현수막 문구는 도를 넘었다. GTX-C 노선 시공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있는 현대건설을 겨냥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주변 시위도 대상이 부적절하고 명분이 부족하다.

내 집 지하에서 대규모 터널 공사가 진행되고 그곳으로 급행철도가 달린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막연한 두려움인지 실제 위험인지는 과학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냉정함과 원칙에서 벗어난 두려움과 문제 제기는 오히려 더 큰 위험과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cdh4508@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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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먼 2022-11-25 21:16:47
안전하다면 양재에서 삼성까지 직통하는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빠릅니다. 그런데 이건 할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안전성을 100프로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민원을 감당할 수 없기때문입니다. 근데 은마 밑으로만 지나간다? 논리가 맞지 않습니다. 이미 관통되고 나서 문제가 터지는건 늦습니다. 관통전에 막는게 당연한것이고 안전한 우회안이 있기때문에 그 우회안으로 돌리는 것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