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사단] LG 구광모, 안정 속 '변화'…3인 부회장 체제
[LG사단] LG 구광모, 안정 속 '변화'…3인 부회장 체제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11.2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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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명 승진, CEO 4명 신규 선임 등 총 인사규모 162명
차석용 LG생건 부회장 18년만에 용퇴, 후임엔 이정애 대표
신규 임원 92% 70년 이후 출생, 83년생 최연소 임원
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LG]
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안정 속 소폭의 변화로 미래 설계에 나섰다. 부회장 4인방 중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만 물러났고 전장 등 미래사업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승진이 이뤄졌다. 신규 임원 92%가 70년 이후 생으로 미래준비를 위한 세대교체도 진행됐다.

LG는 23일과 24일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 전체 승진자는 모두 160명이다. 경제상황과 경영여건을 고려해 지난 해(179명)보다 다소 줄었다.

연구개발, 고객경험은 물론 생산, 구매, SCM, 품질·안전환경 등 분야를 망라해 철저히 미래 경쟁력 관점에서 인재를 선발했다. 미래 준비의 근간이 되는 연구개발(SW 포함) 분야의 신규 임원은 31명이고, 신규 임원 114명 중 1970년 이후 출생이 92%를 차지했다.

이번 인사에선 그룹을 이끌던 4인 부회장 체제가 3인 부회장 체제로 축소됐다. 권봉석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은 유임됐다. 다만 2005년부터 LG생활건강을 이끌었던 차석용 부회장은 후임 이정애 대표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아름다운 용퇴를 결정했다.

차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성장 기록(매출 9배, 영업이익 22배 이상 성장)을 세웠고 화장품·생활용품·음료 등 사업 다각화와 해외로 시장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누적 매출은 5조3779억원, 영업이익은 5822억원이다. 각각 전년 동기대비 11%, 44% 줄었다.

LG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내년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대내외 환경이 매해 급변하고 있다”며 “하지만 LG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고 5년, 10년 뒤를 내다보는 미래 준비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 임원인사 역시 일관성 있게 ‘미래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또 “구광모 대표가 최근 계열사 CEO들과 진행한 사업보고회에서 ‘사업의 미래 모습과 목표를 명확히 해 미래 준비의 실행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며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미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필요한 인재 발굴, 육성 등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포인트는 그룹 미래 포트폴리오를 이끌 핵심사업에서 승진 인사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글로벌 각축전이 심화되는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29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사업을 키우고 있는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에서도 7명의 승진자가 나왔다.

LG전자는 세계 1위 가전 사업의 경우 더욱 경쟁력을 높이고, 최근 흑자를 내고 있는 전장(VS)사업은 더 높은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인재를 선발했다.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LG이노텍과 LG CNS 등에서는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리더를 적극 발탁했다.

LG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사업 경험이 풍부한 CEO를 대부분 재신임하는 한편, CEO 4명을 신규 선임하며 미래 준비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도록 했다.

젊은 인재들이 대거 발탁된 점도 특징이다. 이번 신규 임원 중 92%가 1970년 이후 출생자다. 최연소 임원은 1983년생인 LG전자 우정훈 수석전문위원(상무, 39세)이다. 

우정훈 수석전문위원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며 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마트 가전 및 ThinQ 앱의 성능 향상 등에 기여해 발탁 승진했다.

LG는 미래 준비를 위해 신기술 개발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분야 인재도 중용하며 기술 리더십 확보에 나섰다. 연구개발(SW 포함) 분야에서 신규 임원은 31명이다. 이번 인사를 포함해 그룹 내 전체 임원 가운데 연구개발 분야 임원도 역대 최대 규모인 196명으로 늘어났다.

LG는 우수한 기술 인력을 중용하며 연구개발 역량을 키워 첨단 기술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선행기술 개발과 개방형 혁신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LG는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고객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인재도 꾸준히 기용하고, 관련 조직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CX(고객경험)센터, LG디스플레이는 중형CX그룹 및 대형 솔루션 CX그룹 등을 신설하고, LG유플러스는 LSR·UX담당을 LSR·UX센터로 격상시켰다. 

LG는 고객 최접점인 CS(고객서비스) 분야에서 미국, 멕시코, 인도 등 해외 현지 고객의 페인포인트 해결에 앞장서 온 LG전자 장태진 상무를 발탁했다. CS 분야 임원 수는 2018년 3명에서 이번 승진자를 포함해 총 8명으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LG는 고객가치 실천을 위한 사업 기본기인 품질과 안전환경의 중요성을 반영해, LG에너지솔루션 손춘기 상무 등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재 10명을 중용했다.

LG는 이번 인사를 통해 2명의 여성 CEO를 선임했다. 코카콜라음료 이정애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LG생활건강의 CEO를 맡았다. 지투알 박애리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CEO에 선임됐다. 특히 4대 그룹 상장사 중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전문경영인 CEO가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LG는 미래 준비를 위해서는 성별, 나이, 국적에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하는 정책에 따라 실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여성 임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성 임원은 구광모 대표가 취임했던 지난 2018년 29명에서 이번 인사를 통해 총 64명으로 늘어나며 2배 이상 증가했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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