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 화이부실(華夷不實)이다
세종시 문제, 화이부실(華夷不實)이다
  • 김기룡
  • 승인 2010.01.27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뉴월 닭이 오죽하면 지붕에 올라가랴”라는 속담이 있다.

여름에 배곯은 닭이 오죽하면 초가지붕에 올라가 짚을 허비고 다니며 먹이를 찾으랴. 오죽하면 이런 짓을 하겠느냐? 너그럽게 보아달라는 뜻이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에 대한 입법예고와 여론 몰이가 이 속담과 비유된다.

마침내 정부가 세종시 수정 방식을 행복도시(세종시)특별법 ‘전부 개정’으로 결정 발표했다.

정부가 내놓은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건설특별법’에는 현행법 16조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은 부처이전 백지화에 따라 전문 삭제됐다.

또 민간에게 원형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실, ‘개정’이란 우회로를 택해 세종시법을 백지화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개정이란 입법 형식 자체가 세종시 수정의 부적절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개정은 여론 수렴은 안 하고 일방적 홍보만 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이석연 법제처장도 “입법형식은 법제처 심사 중에 여러 변수를 고려해서 결정하겠다”며 법제처 심사에서의 진통을 예고했다.

사실을 놓고 보면, 세종시 문제에 있어 당사자는 여당도, 야당도 아니다.

당사자는 바로 세종시가 건설될 지역에 살던 원주민들이다.

이들은 정부의 약속을 믿고 대대로 살아오던 집과 땅을 국가에 내놓았다.

그리고 세종시가 원안대로 건설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들에 대한 대책도 없이 세종시 원안 폐기를 선언했다.

최근 만난 세종시 원주민 임헌서(82세)옹은 정부에 대해 화이부실(華夷不實, 말과 행동이 맞지 않음)이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신뢰를 지키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원주민의 정서와 무관하게 수정안을 관철시키려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일에는 일정한 순서가 있고 때가 있는 법이다.

“급하면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까”라는 속담의 뜻을 정부가 되새겨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