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지주 사외이사, 매년 '거수기' 논란
[기자수첩] 금융지주 사외이사, 매년 '거수기' 논란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1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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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매년 ‘거수기’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외이사제도는 이사회가 대주주와 경영진의 독단적인 행보를 견제?감시하고, 투명한 경영 활동을 하도록 유도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보여준 모습은 회사 결의안건에 형식적으로 승인만 해주는 거수기에 불과해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총 34명이다. 이 가운데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끝나는 인원은 28명으로 약 82% 수준이다.

임기가 만료됐다고 해서 곧장 교체되는 사외이사는 많지 않다. 재선임을 통해 연임제한 규정인 최대 6년까지 꽉 채우는 일이 대다수다. 

충분한 임기 보장은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외이사제도의 기능이 제대로 작용했을 때나 해당하는 말이다. 국내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경영진 견제·감시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짚어야 한다.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처리한 결의안건은 총 1155건이다. 이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한 건도 없다.

통과되지 못한 안건도 소수 있다. 사외이사는 물론 경영진까지 보류에 표결한 경우다. 이를 제외한 대부분은 이사회 참석 인원 전원의 만장일치 찬성표로 가결됐다.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전혀 견제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대표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전체 안건 가운데 7건에서 반대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보통 1~2명의 소수에 불과했고, 찬성표에 압도적으로 밀려 부결이나 재검토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의 미약한 존재감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추천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노조추천이사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해당 제도는 공공기관과 일부 국책은행에서는 이미 도입해 운용되고 있다.

사외이사가 회사에서 상정한 안건을 꼭 반대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이사회에 올라가는 결의안건은 사전 설명회를 통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므로 본 회의에서는 안건이 가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영진 견제·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이 있음에도 수정의결이나 조건부 찬성 등의 의견 제기조차 없는 점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금융당국도 사외이사의 역할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독립성 제고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계열사 대표들의 임기 만료를 앞뒀다. 이사회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는 만큼 사외이사들의 소신 있는 활약이 필요한 때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