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치킨 1위 교촌, '월드컵' 목맨다
'실적 부진' 치킨 1위 교촌, '월드컵' 목맨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11.21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업익 3개 분기 연속 하락, 영업이익률 1년 새 9.1p↓
신메뉴 '미온적', TV광고 마케팅 '총력'…오너경영 전환
서울의 어느 교촌치킨 매장.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의 어느 교촌치킨 매장. [사진=박성은 기자]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도 실적을 갈아치웠던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교촌치킨이 부진에 빠졌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신메뉴 반응이 미온적이고 수제맥주 등 신사업도 경쟁 심화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 탓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교촌은 올해 마지막 치킨 특수로 꼽히는 ‘카타르월드컵’에 총력을 가한다는 계획이다.

◇3분기 실적- 영업이익 80% 급감  

20일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올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52억원, 31억원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2%, 79.7% 하락했다. 순이익 또한 79.7% 줄어든 23억원에 그쳤다. 

실적 범위를 올 1분기부터 확대하면 매출액 누계는 3886억원으로 전년 동기 3779억원보다 2.8% 소폭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61% 급감한 126억원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올 들어 매 분기마다 하락세다. 영업이익률 또한 지난해 3분기 11.5%에서 올 3분기 2.4%로 1년 새 9.1%포인트(p) 하락했다.

교촌은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된 지난 2년간에도 실적을 갈아치우며 업계 1위 자리를 견고히 했다. 실제 2020년 매출액 첫 4000억원 돌파에 이어 지난해에는 5000억원 고지를 넘었다. 영업이익도 2년 연속으로 400억원을 웃돌며 안정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교촌 관계자는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 속 배달 수요가 둔화됐고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판관비 증가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수제맥주 신사업- 전체 매출의 '2%'

업계에서는 교촌의 부진 이유를 다른 데서 찾고 있다. 야심차게 선보인 ‘블랙시크릿치킨’ 반응이 미온적인 만큼 신성장동력으로서 역할을 못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출시된 교촌의 블랙시크릿치킨은 동양의 맛과 향을 강조한 신메뉴다. 팔각, 계피, 회향, 정향, 산초 등 동양의 5가지 대표 향신료를 활용하며 차별화했다. 지금의 교촌을 있게 한 1세대 베스트셀러 ‘교촌 오리지날(간장치킨)’, 2세대 ‘교촌 허니’에 이어 3세대 베스트셀러로 키우는 메뉴다. 올해는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으로 배달 수요가 예전만 못하고 원·부자재값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자 돌파구로서 블랙시크릿치킨을 점찍었다. 출시 5개월 차가 됐지만 판매량은 대외적으로 공개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교촌 오리지날, 교촌 허니에 이어 3세대 베스트셀러로 키우고 있는 신메뉴 ‘블랙시크릿치킨’ [사진=교촌치킨]
교촌 오리지날, 교촌 허니에 이어 3세대 베스트셀러로 키우고 있는 신메뉴 ‘블랙시크릿치킨’ [사진=교촌치킨]

수제맥주 사업도 아직 만족스러운 단계는 아니다. 교촌은 국내 수제맥주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5월 LF 계열 인덜지의 문베어브루잉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후 ‘한라산위트에일’, ‘1991라거’ 등 포트폴리오를 늘려가며 가맹점과 편의점 중심으로 공급 중이다. 

하지만 지속된 원가 부담과 경쟁 난립으로 시장 상황은 썩 좋지 못하다. 실제 국내 수제맥주 1위 기업 ‘제주맥주’는 지난해 5월 상장 이후 현재까지 적자가 지속됐다. 수제맥주, 가정간편식(HMR)을 포함한 교촌의 신사업 매출은 올 3분기 누계 102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2.6%다. 

교촌은 최근 농업회사법인 ‘발효공방1991’을 설립하고 막걸리를 비롯한 발효식품을 또 다른 신사업으로 삼았다. 수제맥주에 이어 막걸리까지 주류사업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치킨 중량 가장 적은 브랜드 지목

교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부 매장들이 배달료를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면서 ‘꼼수인상’이란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대형 치킨 전문점 주요 메뉴의 중량 비교 결과에서 치킨 1마리 중량이 가장 적은 브랜드로 꼽혔다. 네네치킨과 비교해 2배가량 차이가 났다. 그만큼 소비자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교촌치킨 중량은 꾸준히 불만이 제기된 부분”이라며 “업계 1위가 치킨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인식이 커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교촌은 21일 개막하는 카타르월드컵 특수를 앞세워 지금의 부진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월드컵 시즌에 맞춰 블랙시크릿치킨 TV광고를 선보이며 마케팅에 총력을 다한다. 

교촌 관계자는 “신메뉴는 TV광고를 해야 붐업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월드컵 특수를 기점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면 연말 성수기까지 이어질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2019년 4월부터 교촌치킨을 이끌며 증시 상장, 매출 5000억원 돌파 등의 성과를 낸 소진세 회장이 내달 초 퇴임식을 갖는다. 교촌은 권원강 창업주 중심의 오너 경영으로 전환하고 연말께 혁신 차원에서 조직개편을 단행할 방침이다.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