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발목 잡는 규제-②] 상품 껍데기는 국산, 알맹이는 외국산
[보험사 발목 잡는 규제-②] 상품 껍데기는 국산, 알맹이는 외국산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2.1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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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데이터 바탕 개발…의료데이터 활용길 트고 보장 강화해야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보험산업은 급격한 금리 인상기에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문제까지 직면하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금융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시대 정부의 해묵은 규제는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건전성 제고 의지를 꺾고 있다. 보험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와 개선 가능성을 짚어보고 해결점은 없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의료데이터)' 활용 길을 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는 길이 열렸지만 의료데이터의 핵심인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데이터 활용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게 골자다. 

건보공단 의료데이터는 현재 보험사만 활용이 제한된 상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보험 상품은 호주·일본 등 외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인종과 생활 방식, 음식, 문화 모두 다르지만 국내 의료데이터 활용이 불가능해 보험사가 내린 고육지책인 셈이다. 

보험사는 국내 특화된 상품과 새로운 위험 보장에 필요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의료데이터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의료계 등은 '민감한 개인 의료 정보 유출'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보험사가 의료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 보험 가입 거절, 보험료 인상 등의 불이익이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건보공단은 지난해 9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KB생명, 현대해상 등 보험사들의 의료데이터 활용을 모두 거부했다. 과학적 연구 기준 미충족, 객관적 검증 절차 미제시 등이 이유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2월 건보공단의 권고 사항을 반영해 다시 의료데이터를 요청했지만 10개월 동안 재심의를 위한 논의는 미뤄지고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건보공단의 의료데이터는 이미 의료계 질병 연구와 제약바이오기업의 백신 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민감한 공공의 의료정보를 민간기업에 개방해야 된다는 원론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로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가명 처리된 데이터 등 정보 유출 우려는 일어날 수 없는 구조이지만 이해관계자 모두를 충족하는 중재안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데이터는 현재 의약 및 제약바이오업계의 연구와 백신 개발, 신약 등 다양한 활동에 활용되고 있다"면서 "의료데이터 개방이 사실상 민간 기업에 처음 제공되는 시점에서 신중을 기할 뿐이지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개인 의료정보 유출 우려는 '어불성설'
 
보험사들은 지난 2014~2017년까지만 해도 심평원의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상품 개발, 보험료율을 산출했다. 이를 통해 중기간질환와 중기폐질환, 중기심질환 등을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비식별 완료 데이터도 재식별을 통해 개인정보가 노출될 위험이 있고 보험사가 유병자 등을 보험 가입에서 차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정부의 의료데이터 제공은 중단됐다.

이후 데이터 3법 시행으로 지난해 말부터 심평원 의료데이터 활용 길은 다시 열렸지만 의료데이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건보공단의 의료데이터 활용은 빗장이 걸렸다.

이런 까닭에 보험사들은 우리나라 의료 통계가 아닌 미국·호주·일본 등의 의료데이터 통계로 상품을 개발해 왔다. 정확한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사고 발생률을 정교하게 예측할 수 없어 보장 범위와 보험료를 보수적으로 산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험업계가 의료데이터 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건보공단 공공의료 데이터 공유 답보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데이터를 통해 상품 개발과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도록 법이 개정된 것"이라며 "예를 들어 50대 당뇨병 환자 등 특정인의 데이터가 아닌 개인 식별이 되지 않는 데이터의 통계값만 활용하겠다는 것인데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9년 7월 심평원의 보험사 의료데이터 이용 승인 이후 의료계나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정보의 오남용, 유출사례는 전혀 없었다"며 "국내 의료데이터를 통해서는 국내 소비자에 맞는 상품과 보장 범위를 세분화할 수 있어 보장강화, 보험료 인하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의료데이터 활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으로 법 개정이 이뤄진 만큼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이터 3법을 비롯해 가명정보 결합·활용 방안, 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등 개인정보 활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사회적 공감대와 함께 마련된 만큼 이제는 실질적인 활용이 이뤄질 단계"라며 "보험사가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신상품 개발과 보장 공백 축소, 보험료 할인 등 사회적 효용을 증진하면 우려와는 달리 사회적 신뢰도 제고 등 선순환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