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완화에 따른 금리인상 속도 조절 전망이 확산되면서 오는 24일 열릴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금리인상 템포가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가 정점·환율하락 등에 따른 '베이비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다만 미국과 한국의 금리 역전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으로 가파르던 물가 상승세가 꺾이자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이달 24일 열릴 한은 금통위에서도 같은 맥락의 속도 조절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7.7%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7.9%를 밑돈 수준으로 전월(8.2%)과 비교해도 크게 줄었다. CPI가 7%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전년 대비 6.3% 오르며 시장 예상치(6.5%)와 전달 상승률(6.6%)을 밑돌았다.
미국 연준 2인자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 또한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지지했다.
14일(현지시간)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블룸버그통신 워싱턴지국에서 열린 행사에서 "(금리인상)더 느린 증가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 곧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누적된 긴축이 (시장을) 통과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억제가 있는지 계속 확인하면서 보다 신중하고 데이터에 의존하는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부연했다.
이는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전까지 발표되는 물가와 고용 지표 데이터를 확인하고, 기준금리 0.50%p 인상으로 둔화를 선호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그는 "강조해야 할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많은 일을 했지만 추가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금리인하 전환은 없다는 의미로 미언론은 분석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은 한국으로 옮겨왔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 또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 기조는 유지하되 금융시장 안정을 고려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단 뜻을 내비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1일 한국경제학회(KEA)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긴축적 통화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 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은의 우선 과제"라며 "그동안 금리 인상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빨랐기에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압박 강도가 증가하고 있어 금융안정 확보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10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5.7% 상승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6월과 7월 6%대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요동치던 원·달러 환율도 1주일 사이 100원 이상 급락하며 1300원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다.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이 다시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은의 금리 결정 회의는 이달이 마지막이지만 연준은 내달 한 차례 더 예정돼 있어 금리 역전 현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75~4.00%로 한국(3.00%)보다 0.75%~1%p 높은 수준이다.
한은이 이달 베이비스텝에 나선다면 양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작게는 1.25%p(내달 연준 빅스텝 시), 크게는 1.50%p(연준 자이언트스텝 시)에 이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인상의 속도 조절에 나선 호주와 캐나다, 노르웨이 등이 모두 가계부채, 부동산 문제를 근거로 속도 조절에 나선 만큼 한국 역시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에 더해 미국 10월 CPI가 완화적 서프라이즈(Dovish surprise)를 기록하며 시장은 적어도 12월 미 연준의 속도 조절 정도는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금통위 의사록에서 리스크로 지목한 환율 문제도 빠르게 안정화되며 11월 25bp(1bp=0.01%p) 인상은 기정사실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