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기후 활동가들의 시위는 왜 과격해졌나
[데스크 칼럼] 기후 활동가들의 시위는 왜 과격해졌나
  • 신아일보
  • 승인 2022.11.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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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
 

며칠 전 세계적인 명화에 이물질을 뿌리는 기후 활동가들의 ‘명화 테러’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무슨 의도로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이러한 상식 밖의 일을 벌였는지 말이다.

이들은 유명 화가의 작품에 이물질을 뿌리고 활주로에 앉아 비행기 이륙을 막는 등 과격한 시위를 진행해 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로마의 보나파르테 궁전 미술관에 전시된 반 고흐의 작품 ‘씨 뿌리는 사람’에 야채수프를 뿌렸다. 또 자신들의 손을 벽에 접착제로 고정하고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는 화석 연료 사용에 반대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다른 멸종 반란단체 소속 두명의 활동가도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된 고야의 ‘옷 벗은 마야’와 ‘옷 입은 마야’ 액자에 접착제를 바른 손을 붙였다. 나란히 전시된 작품 사이의 벽에는 ‘+1.5℃’라는 문구를 썼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 활동가 100여 명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 활주로에 침입해 제트기 바퀴 앞에 앉았다. 이들은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며 항공기가 이륙하는 것을 막았다.

그렇다면 기후 활동가들은 다른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면서까지 왜 이런 과격한 행동을 했던 것일까. 

기후 활동가들의 시위가 최근 들어 더 잦아지고 있는 이유는 17일까지 이집트에서 열리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중요한 기후 의제들이 논의되는 시점에 ‘명화 테러’ 등의 시위 방식으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각국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려는 의도에서다.

기후 활동가들은 “그림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냐, 지구와 인류를 보호하는 게 중요하냐. 지구촌에서 홍수와 산불, 가뭄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라고 외치고 있다.

50도 가까이 치솟았던 인도 대륙, 45도를 넘어선 남부 유럽, 멕시코만한 면적의 빙하가 녹아내린 남극 대륙, 기온이 30도가 넘어서면서 산불과 홍수로 시달리고 있는 미국 알라스카 등등. 올해 상반기까지 외신을 통해서 전해진 기상이변 소식들은 기후 활동가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점점 과격해지는 시위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우리 정체성의 핵심인 문화는 방어받고 보호돼야 하며 다른 형태의 시위를 위한 확성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다.

홍수와 폭염 등 기상 이변이 잦아지면서 기후변화 때문에 지구촌 전체가 위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각국에서도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속도를 내는데는 적극적이지 않다. 당장 급한 경제 위기 속에서 급하지 않은 ‘기후변화’에 대해 큰 움직임을 보이는게 쉽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 ‘환경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면서까지 기후 활동가들이 시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부와 유력 인사들에게 탄원서도 쓰고, 국회에 청원도 내고, 가두행진도 벌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하기 위함이라고.

우리는 갈수록 변덕스러워지는 폭염과 한파, 사라져가는 장마철과 사계절의 구분, 이미 기후변화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음을 똑똑히 느끼고 있다. 

“'실패'는 '옵션'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을 뿐"이라며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에 대해 마냥 색 안경을 쓰고 볼일만은 아니다. ”해볼수 있는 건 다해봤다“라는 이들의 주장에 관심을 보일 때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