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민구제에 어리둥절한 ‘보금자리론’
[기자수첩] 서민구제에 어리둥절한 ‘보금자리론’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11.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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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부동산시장은 불과 1년 만에 온천에서 냉수로 바뀐 격이다. 갭투자 바람과 2030세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차주)의 가세로 펄펄 끓어올랐던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상 여파로 매수세가 급감하며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뉴타운 열기와 서부선 경전철 등 호재로 투자자들이 몰렸던 은평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는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고, 보러 와도 계약을 하지 않는다. 요새는 사는 사람이 부르는게 집값”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제 사람들의 화두는 투자에서 대출이자로 바뀌었다. 집값 하락과 높아진 대출이자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금리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3.8~4%의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의 자격요건을 낮춘 것이다.

주택 가격 기준은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 조정됐고 소득조건도 부부합산 연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됐다. 대출한도도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늘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조건이 완화된 ‘안심전환대출’ 신청 첫날인 지난 7일 1864건, 총 3208억원이 접수됐다. 내년에는 집값 기준을 9억원까지 높이기로 한 만큼 이자 구제를 받을 사람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안심전환대출 조건 완화가 또다른 정책모기지인 ‘보금자리론’ 이용자들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내를 대상으로 6억원 이하의 주택 구매시 고정금리 4.25~4.55%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다.

안심전환대출의 기준이 완화되면서 오히려 보금자리론의 조건이 더 까다롭고, 이율은 높아졌다. 이로 인해 당초 소득조건이 높아 보금자리론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더 낮은 이자를 내게 됐다.

예를들어 보금자리론(이율 4.25% 기준)으로 2억원을 대출받은 사람이 10년동안 원리금균등 상환할 경우 총이자는 4585만80원이다. 같은 조건으로 안심전환대출(이율 3.8% 기준)을 이용하는 사람의 총이자는 4071만3619원으로 500여만원의 차이가 난다.

기간을 조정할 경우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대출기간을 20년으로 늘리면 보금자리론의 총대출이자는 9723만2545인 반면 안심전환대출의 총대출이자는 8583만6969으로 1200여만원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고정금리형 정책모기지인 보금자리론 이용대상자는 안심전환대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서민을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진짜 서민은 소외된 아이러니한 결과가 발생한 셈이다.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일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내년에는 주택 가격과 소득요건을 완화한 보금자리론을 공급해 신규 구매와 대환 차주간 형평성 문제도 해소하고 보다 많은 서민 차주가 금리 경감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보금자리론의 자격요건은 지난 2017년 만들어진 후 변화 없이 이율만 조정됐다. 수도권의 집값 폭등이 반영되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안심전환대출과의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진 만큼 조속한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