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발목 잡는 규제-①] 보험금 청구 전산화 '시동'…보건복지부 역할 중요
[보험사 발목 잡는 규제-①] 보험금 청구 전산화 '시동'…보건복지부 역할 중요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2.1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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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주관 TF 발족
비급여 관리 사전 차단하는 의협, 반대 입장 고수

보험산업은 급격한 금리 인상기에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문제까지 직면하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금융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시대에 정부의 해묵은 규제는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건전성 제고 의지를 꺾고 있다. 보험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와 개선 가능성을 짚어보고 해결점은 없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신아일보DB)
(신아일보DB)

보험업계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주관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는 데다, 그간 열린 중구난방식 협의체가 아닌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금융위원회 등 이해관계자 모두 참여한 첫 협의체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방안은 연내 마련될 전망이다.

다만 13년째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막아서고 있는 의료계의 여전한 입김에 보건복지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13년째 국회 계류…의료계 '비급여 통제' 우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는 '디지털플랫폼 정부 보건의료 선도과제 TF 회의(보건의료TF)'를 열고 연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방안을 마련한다.

이번 보건의료TF는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대한의사협회, 손해보험협회, 보험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등 정부와 이해관계자 모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꾸린 '공사보험정책협의체', 금융감독원의 '비급여 보험금 누수방지TF',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이 추진한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 등은 실손보험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와 관련한 TF는 반쪽짜리 구성에 불가했다"며 "다만 이번 보건의료TF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력한 만큼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열에 여덟이 가입하며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는 병원에서 종이 서류를 발급받은 뒤 사진을 찍어 보험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전송하거나, 팩스·이메일·우편 등을 이용해야 한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2009년부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이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은 의료계 반발에 막혀 13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의료계는 '간편한 보험금 청구'라는 목적보다 그 위험성이 더 크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단순 개인정보 유출에서 나아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통해 개인 의료정보를 축적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거절 △보험 가입 및 갱신 거절 △갱신 시 보험료 인상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현재 논의 중인 사안으로 안다"면서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수용 여부 등 결론 난 게 없기 때문에 의료계는 기존 입장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로 '비급여 통제·관리'를 지목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통해 전국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정부가 평준화를 위해 통제·관리를 할 것이란 게 핵심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는 의료기관 수입과 직결된다"며 "전국 의료기관에 천차만별인 비급여 내역이 축적되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계 우려 최소화한 방안 찾아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5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인 일명 '개인 의료정보의 유출 우려가 없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을 대표 발의했다.

실손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진료비 계산서·영수증, 진료비 세부 산정내역 등 금융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서류의 발급 요청과 제출 등의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 의료계와 약국의 전산망을 통해 건강보험료 지급 심사를 담당하는 심평원은 의료기관과 보험사 중간에서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서류만 전자형태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배진교 의원실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의료계 우려에 공감하며 지금까지 나온 보험업법 개정안을 보완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심평원의 보험금 청구 업무 대행은 건강보험 급여 관리라는 주 업무를 벗어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급여 관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보건복지부가 의료계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비급여 보고 제도'로 인해 의료계와 대립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통제·관리 명분이 있는 보건복지부가 이번 TF에 참여한다는 것에 의미는 있겠지만 사실상 기존과 같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비급여 통제·관리를 강하게 반대하는 의료계의 입장을 보건복지부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국민 편의 제고에 대한 취지는 공감한다"면서 "다만 의료계 등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의 본인부담금 통계와 보험사의 실손보험 가입 현황, 보험금 청구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실손보험 지급 가능액 37조5700억원 중 실제 지급된 보험금은 36조8300억원이다. 소액이거나 각종 서류 제출 등 청구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청구하지 않는 보험금은 7400억원에 달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