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세금 에스크로 제도 도입 시급
[기고] 전세금 에스크로 제도 도입 시급
  • 신아일보
  • 승인 2022.11.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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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최근 매매가격뿐만 아니라 전세가격도 하락하면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그동안 느끼지 못한 전세제도의 근본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내 돈 맡기고 잘 살다가 만기가 되면 내 돈 받아서 나가면 되는 전세는 안전한 제도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고 보면 결코 안전하지 않은 제도가 전세다.

전세는 소유권, 근저당권같이 사람이 물권을 지배하면서 그 물건을 사용, 수익,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인 물권(物權)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서로 계약하고 상대에게 특정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인 채권(債權)이다. 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재산이 아니라 그냥 집주인과 계약하고 계약기간 잘 살다가 전세금 반환해 달라는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세금이 계속 오르거나 현상 유지만 해줘도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세금이 하락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대부분 집주인은 받은 전세금을 은행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전세를 끼고 집을 사기 때문에 그냥 그 집에 전세금이 녹아든 구조다.

낮아진 전세금 차이만큼 여유자금이 있으면 반환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집주인은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빼 줄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샤넬백이라도 준다는 집주인은 양반이다.

그동안 갑질을 한 집주인이 괘씸해서 일부러 집 보여주는데 비협조적으로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전세제도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대부분의 집주인은 전세금 반환을 한다. 집주인이 반환하지 않을 때 대항력과 우선 변제권이 있는 세입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내용증명을 보내고 반환소송을 해서 판결문을 받은 후 강제경매로 넘기는 것이다. 그런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시에 떨어지는 요즘 경매 넘기면 내 전세금 온전히 받아 내기는 쉽지 않다.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을 많이 가입하는데 반환보증사고 역시 급증하고 있다. 보증보험을 가입한 세입자 입장에서는 보증보험에서 전세금을 받으니 다행이라 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집주인 대신 우리 세금으로 전세금을 반환해주는 것과 같아서 보증보험이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반환보증사고가 계속 늘어나면 보증보험 회사도 가입 문턱을 높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집주인은 전세금을 돌려주고 싶어 한다. 전세금이 낮아지면서 자금이 부족해 본의 아니게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빌라에서는 의도를 가지고 전사기를 하는 이들도 있어서 빌라는 가급적 전세보다는 월세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전세 만기가 돼도 전세금을 받지 못하고 퇴거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임차권등기명령을 활용해도 좋고 처음부터 불안하면 비용은 들어가겠지만 물권인 전세권 설정을 하는 것도 좋다.

이 정도 되면 전세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이는데, 에스크로(Escrow)제도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에스크로 제도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삼자가 중개하는 보호 서비스다. 예를 들면 세입자가 전세금을 바로 집주인한테 주는 것이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입금하면 HUG에서 본 계약에 대해 안정성을 확인한 후 집주인한테 전세금을 입금해주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전세금의 30% 정도는 향후 만기 시 반환을 위해 HUG가 보관하고 집주인에게 전세금 70%만 줄 수도 있다. 나머지 30%에 대해서는 은행 이자만 집주인에게 주는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이렇게 되면 전세금이 하락해도 HUG가 30%는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는 만큼 세입자의 피 같은 전세금을 어느 정도는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또 전세금의 70% 정도만 집주인이 활용할 수 있으니 갭 투자도 줄어들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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