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먹통 카카오'에 옮겨 붙은 배터리
[기자수첩] '먹통 카카오'에 옮겨 붙은 배터리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2.11.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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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한국 배터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월 대한민국을 대혼란에 빠뜨린 카카오 먹통 사태 여파가 배터리 업계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무정전전원장치(UPS) 백업용 배터리가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배터리에서 불꽃이 튄 뒤 화재가 발생하는 장면이 담겼다.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센터는 정전 등 돌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백업용 비상전원공급장치를 설치하는데, 해당 장치에 전원을 공급하는 배터리에서 최초 발화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 백업용 배터리는 SK의 배터리사업 자회사 SK온이 제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정성을 자부한 SK온으로서는 치명적인 사태다.

지동섭 SK온 대표는 지난 11월1일 열린 ‘2022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 참석해 SK온 배터리를 카카오 먹통 사태의 원인으로 단정지을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직접적인 화재의 원인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번 사고를 SK온의 필드 사고로 단정짓기는 이르다는 주장이다.

최초 발화 지점이 SK온 배터리가 맞다해도 명확한 화재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SK온 배터리 자체의 문제일 수 있지만 주변 환경 관리 미흡, 전기 설계 문제, 안전 기준 미비 등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온은 지난 여름 발생한 부산 아이오닉5 화재가 대표 사례다. 당초 아이오닉5에 탑재된 SK온 배터리가 화재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주정차 중에 발생한 사고가 아닌 차량이 빠르게 충돌해 불이난 만큼 SK온 배터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실제 배터리업계 관계자 대다수는 “배터리 자체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아주 낮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각한 점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배터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는 기술구조 특성상 화재 위험성을 지녔다. 배터리가 강한 충격이나 열에 노출될 경우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커진다. 결국 배터리업계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제품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신기술을 꾸준히 도입해왔다. 모든 소재가 고체로 이뤄져 화재 가능성을 대폭 낮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앞다퉈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배터리의 성능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성을 다시금 상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카카오 먹통 사태가 UPS 관리 미흡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자명하다. 결국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안전성을 도모하는 것이 급선무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