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긴장'…흥국생명 '콜옵션 중단' 후폭풍 우려
채권시장 '긴장'…흥국생명 '콜옵션 중단' 후폭풍 우려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2.11.0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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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달러 외화 채권 행사 포기…한화생명·KDB생명 줄줄이 도래
(사진=흥국생명)
(사진=흥국생명)

국내 채권시장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내년 외화채권 만기 도래 규모는 올해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이 콜옵션(중도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한 여파가 크다.

콜옵션 행사를 약속하고 이행하지 않은 것이 실제 '부도'는 아니지만 신뢰를 저버린 행위로 간주한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외화채권 시장의 경색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 규모는 249억200만달러(약 35조3000억원)로 올해(204억4000만달러) 보다 21.8% 증가한다.

지난 2015∼2019년까지 외화채권 발행 규모는 100억달러 대에 머물렀지만 2020년에는 253억9000만달러, 지난해 361억1000만달러, 올해 281억500만달러 등 200억∼300억달러 수준으로 급증한 상태다.

시장은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를 시작으로 다른 보험사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오는 9일로 예정된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9월7일 5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지만 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상환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이 미실시된 것은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 만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KDB생명 또한 내년 4월과 5월에 각각 10억달러, 3억달러의 달러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일을 앞두고 있다.

더 나아가 외화채권 시장 전반의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작지 않은 한국계 외화채권 시장의 투자자 상당수는 외국인이 아닌 국내 투자자"라고 말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불안 미해소 시 연말까지 채권 시장은 힘들어질 수 있다"며 "미국 국채 시장도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직후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가 유입되며 국채 2년, 10년 금리 모두 급락을 보였으나,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되며 상승세로 전환했다"고 짚었다.

지난달 말 기준 발행 비용에 해당하는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는 192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145bp)보다 47bp 증가한 수준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투자 심리 위축으로 당분간 외화채권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며 "외화채권 투자 수요 위축에 따른 시장 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