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가파른’ 골목길 이태원 참극… 행정당국 대책 미비 질타
‘좁고 가파른’ 골목길 이태원 참극… 행정당국 대책 미비 질타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10.3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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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인파 이태원 몰리며 사상자 200명 웃돌아
오세훈 시장 “신속한 사고 수습에 최선 다해달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태원의 좁고 가파른 골목길에 핼러윈데이를 맞아 인파가 몰리면서 사상자가 200명을 웃도는 참극이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만에 최대 규모의 인명피해가 서울 한복판에서 나오면서 젊은층의 운집 예고에도 대형사고 사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행정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인근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이날 오전 9시 기준 사상자는 사망 151명, 부상 82명 등 233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중 97명은 여성, 54명은 남성으로 확인됐다. 남성에 비해 버티는 힘이 약하고 체격이 작은 여성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부상자 82명 중 19명이 중상을 입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단일 사고 인명피해로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 제주도 수학여행을 위해 배에 탑승한 안산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이 사망하고 142명이 다친 바 있다.

같은 해 2월 경주 양남면의 코오롱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지면서 부산외대 학생 등 총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친 사건과 견줘도 피해규모가 상당하다.

이번 사고의 피해가 컸던 원인은 이태원으로 몰린 10만여명의 인원 규모와 ‘좁은 골목길’로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핼러윈 행사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3년만에 열리면서 오후 10시를 전후해 이태원 일대는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사고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뒤편은 번화가와 대로변을 잇는 지점으로 세계음식거리가 있는 위쪽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이태원 역에서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만나 병목현상이 빚어진 데가 경사까지 있어 피해 규모가 커졌다.

이로 인해 구조도 쉽지 않았다. 사고 당시 시민, 소방관, 경찰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총력을 다해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구조에 나섰지만 병원에 옮겨진 사람들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축제에 발생한 비극에 외신도 앞다퉈 사고를 보도했다. 특히 이태원이 가진 지역적 특수성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흥지역이자 교통 허브’로 설명했고 워싱턴 포스트(WP)는 ‘밤문화’를 짚었다.

NYT는 “야간에는 세련된 주점과 식당, 젊은 손님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제1의 유흥 지역이 돼왔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태원의 밤문화의 주목했다. 브라이언 피치 기자는 “서울의 밤문화에서 이태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외국인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고 소개했다.

사상 초유의 압사사고에 행정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수만 명이 몰리기 시작해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사전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태원 일대 통행량을 조정하기 위해 지하철을 무정차 통과시키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 현장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인력이 곳곳에 배치됐지만 사고가 난 골목까지 통행관리가 이뤄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출장 중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고소식을 접한 후 즉각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길에 오르며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에 “조속히 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신속한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