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스코 태풍 피해, 직원들만 바빴다
[기자수첩] 포스코 태풍 피해, 직원들만 바빴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10.31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0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벌어졌다. 현장 골목길을 통제할 안전 책임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달여 전 충격을 안긴 포스코 포항제철소 태풍 ‘힌남노’ 피해가 다시 떠올랐다.

“회사 매뉴얼에 재난대책본부장은 제철소장으로 돼 있다.”

당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재난 대비의 책임을 제철소장으로 돌렸다.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최고경영자(CEO)로서 관리 책임을 묻는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의 지적에 대한 답이다. 이 의원은 최 회장이 태풍 피해 발생 3일 전인 지난달 3일 골프장을 방문한 사실을 꼬집었다. 역대급 태풍이 온다는 예보에 포스코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되던 시기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최 회장의 답변에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 있냐”며 “제정신이냐”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피해 원인에 대해서도 환경 영향을 거론했다. 그는 “짧은 시간에 기록적 폭우가 내렸고 만조 시간이 겹쳤다”며 “냉천의 통수 면적이 부족했던 부분 등 복합적 요인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책임지려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지역사회 역시 최 회장을 비판했다. 포항 각계가 모인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최 회장의 뻔뻔함과 책임 회피성 발언을 지켜보며 어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태풍 피해 발생 전 자연재난대책본부를 운영해 배수로, 수방물자, 건축물 등을 집중 점검했다. 모래주머니, 양수기, 비닐 수중 펌프 등 수방자재·설비도 준비했다. 직원들만 바빴다.

최 회장은 골프장에 갔다. 최 회장은 포항제철소가 태풍 피해를 받은 이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포항제철소에서 직접 삽을 들고 직원들과 함께 토사 제거 작업을 했다. 이마저도 시선이 곱지 않았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등 포항지역 8개 노동·사회단체는 지난달 성명서를 내고 “최 회장은 제철소 침수현장에 두어 번 나타나 삽질하는 사진을 내보냈을 뿐 현장에서 동고동락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민·관은 동고동락했다. 최 회장이 ‘기업시민’을 외치며 ‘국민기업’ 정체성을 부정했지만 여전히 국민기업이라고 생각한 민·관·군은 포스코를 도왔다. 경상북도, 소방청, 해병대, 파트너사 등 전국 50여개 민·관·군이 포항제철소의 정상 가동을 위해 뭉쳤다. 최 회장은 “보내주신 성원과 응원을 통해 국가 경제에서 우리 제철소가 가진 막중한 책임감을 다시 느낀다”고 말했다. 늦었다. 막중한 책임은 태풍 피해를 입기 전부터 느껴야 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92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1% 감소했다. 태풍 피해에 따른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으로 생산·판매 감소 영향이 2221억원으로 컸다. 포스코 태풍 피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최 회장에게 책임을 묻는다. 영업이익이 7할가량 급감한 건 결국 최 회장 탓이 크다고 말한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