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책·도덕성 투 트랙… 총공세
여야가 28일 열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대한 청문회에서 격돌을 펼쳤다. 현재 여야가 매 사안마다 대립각을 세우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펼쳤다.
◇교육부 장관, 80여 일 넘게 '공석'
尹정부 들어 사실상 첫 인사청문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처음 실시되는 셈이다.
앞서 김인철 후보자는 임명 이전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여 자진사퇴했고, 박순애 전 장관 경우 인사 청문회 없이 임명 강행됐다. 박 전 장관 경우 '초등학교 만 5세 입학' 문제가 사회적 논란을 사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정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첫 인사청문회인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초반부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향해 쓴 목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오늘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72일 만에 첫 교육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하는 날"이라며 "교육부는 박 전 장관 사퇴일로부터도 82일 동안 선장 없이 표류했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무책임을 보는 것 같아 국회 교육위원장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입 열었다.
유 위원장은 "이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과 언론의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 실패의 상징적 인물을 10년이 지나 다시 기용하는 데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일고 있다. 후보자 개인에 대한 도덕적 검증, 위원들과 언론으로부터 매섭게 제기되고 있다"고 날 세운 뒤 '이해충돌 의혹', '세금 지각 납부 의혹' 등 이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을 거론했다.
민주당 서동용·강득구·도종환·문정복·안민석 의원 등도 인사청문회 실시 전 의사진행발언에서 이 후보자 측을 향해 '자료 제출이 미비하다'고 거듭 질타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쟁 교육' 질타
李 "줄세우기 교육설계자 표현 억울해"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정책'과 '도덕성'이라는 큰 두 갈래를 중심으로 실시된다.
민주당은 먼저 정책 관련 '경쟁 교육'을 지적, 이 후보자의 교육철학을 뜯어봤다. 이 후보자는 앞서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낼 당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등 다양화·자율화 중심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이런 정책이 학생들 사이 교육 양극화, 고교 서열화 등 문제를 불러왔단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미흡한 점을 인정하며 자세를 낮췄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국민과 아이들에게 그 당시 경쟁교육에 대해 사과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다양화·자율화가 서열화나 경쟁 체제로 가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시인하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광온 의원의 '자사고 확대 정책'에 따른 교육 서열화·교육 격차 심화 문제 제기에는 "다양화는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고, 다양화에서 문제가 제기되면 그 방향은 개별화라고 생각한다"며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면 다양화의 많은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줄세우기'라 비판받는 '일제고사(전국 단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관련해서는 "다양성을 추구했던 점에서 '줄세우기 교육설계자'라는 표현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26일 국회 교육위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에서 "모든 학교의 참여를 의무로 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대학등록금 인상 관련해선 신중한 태도를 내비쳤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난을 이유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대학의 입장과 달리 '등록금 동결' 기조를 시사했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의 '대학 등록금 규제 완화' 관련 질문에 이 후보자는 "원칙적으로 등록금 규제를 푸는 것이 대학 경쟁력에도 좋단 의견이 많이 제기됐다"며 "다만 현 상황의 물가 수준, 경제적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등록금 규제 완화에 대해 차후에 논의하자, 좀 더 신중해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미래에셋·에듀테크 업체 이해충돌 의혹
김건희 '논문 표절 의혹'엔 "민감 이슈"
민주당은 이주호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이해충돌 의혹에 대해서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 후보자는 과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낼 당시 자신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준 미래에셋에게 장관상을 줬다는 의혹을 지닌다.
서동용 의원은 "후보자의 딸은 이중국적자고, 이 딸은 미래에셋으로부터 연간 5만달러, 최대 4년을 지급받는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을 갔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은 이 후보자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내던 2012년 교육 기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미래에셋이 이 후보자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준 것과 장관상 수여 사이 연관 관계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 후보자가 만든 교육 관련 사회단체인 '아시아교육협회'와 특정 에듀테크 업체 사이 연관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이 후보자가 이사장을 지낸 '아시아교육협회'가 에듀테크 업체 '아이스크림에듀'로부터 1억원의 기부금을 받은 뒤 해당 업체에게 협회에서 진행하는 사업 수주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도 의원은 "(업체는) 기부금을 회수하고도 3600만원이라는 수익이 발생했다"며 "사실상 특정 사교육업체 홍보에 앞장선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아이스크림 에듀를 선정한 이유는 타 업체보다 저렴했기 때문"이라며 "아시아협회 이사장으로서 직원들에게 특정 이해관계를 대변해선 안 된다고 해 왔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의 허위 봉사활동 의혹 등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언급됐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의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관련 질의에 이 후보자는 "굉장히 민감한 이슈로 알고 있다"며 "학문 윤리의 최종적인 책임은 대학이라고 생각한다"고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한 후보자 자녀 허위 봉사활동 의혹 관련해서는 "지금 처음 듣는 말"이라며 "고민해보겠다"고 일축했다.
◇"文정부 동안 사교육비 크게 증가" 반격
'한동훈' 들며 "'아니면 말기'식 제기 안 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실책을 꼬집으며 반격했다.
김병욱 의원은 "문재인 정부 동안 사교육비가 크게 증가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교육 분야 문제라면 바로 학력 격차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 소득 수준, 계층, 도농 지역에 따라 학력차이가 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민주당을 향해 '자중'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민주당은 여당일 떄 공직자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자고 누차 주장해 왔고, 지금 인사청문회법 개정안도 그렇게 제출해 놨다"고 주지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런 취지에서 후보자 망신주기식 의혹 제기에 나서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아닌 확률이 대단히 높은 의혹을 제기했다가 당내에서도 '판단 미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아니면 말기' 식으로 해선 안 된다. 오늘 청문회에서도 이런 무책임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몰아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