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톡'이 멈춰도 '혁신'은 멈추면 안된다
[기자수첩] '카톡'이 멈춰도 '혁신'은 멈추면 안된다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2.10.24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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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5일 토요일 오후. 카카오가 멈췄다. 카카오톡은 물론이고 다음 뉴스, 카카오T, 카카오맵 등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서비스 정상화는 시간이 흘러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성남 판교에 위치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벌어진 사고였다.

간혹 카카오톡이 일시적으로 장애가 나는 경우는 있어도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동시에 먹통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사고 당일날 클라우드 업계에 있는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사태가 심각해 복구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었다. 데이터를 한곳에 몰아서 관리한 게 사태를 더 키웠다고 진단했다.

결국 카카오는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서 약 5일을 소모해야 했다. 카카오의 일시정지로 대한민국이 카카오 서비스를 얼마나 크게 의존하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카카오톡이 멈추자 전국민은 소통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서로의 연락처는 모른 채 취미와 관심사로 삼삼오오 모여진 오픈채팅방은 잠정 휴업이었다. 카카오T를 주 업무수단으로 활용한 택시, 대리운전 기사는 영업을 하지 못했고 이용자들은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렸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은 "온 국민이 다 카카오톡을 쓰고 있고 공공기관들까지 쓰고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출시된 이후 한동안 적자를 기록했던 민간 서비스 카카오톡이 국가 기반 통신망과 동일한 지위를 얻은 순간이다.

처음 카카오톡은 문자 메시지보다 사용하기 편리하면서도 전송비용이 안 드는 특징 덕에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지금은 결제 기능 등까지 더해지면서 일상생활에 없으면 안 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대부분 카카오 서비스는 모든 사람이 무료로 이용하다 보니 학교나 신호등, 교통시설물 같은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카카오톡은 국민 대다수가 쓰기 때문에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가 됐지만 저희는 그에 부합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카카오는 혁신을 거듭해 국민 서비스를 만들어낼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자사 데이터센터를 보유하지 못하고 데이터 분산 관리가 없는 등 데이터 관리에 대한 투자에 소홀했다. 반면 정부는 카카오 서비스가 공공기관이 사용할 정도로 중요한 서비스라면서 사전 관리나 서비스 구축 지원 방안을 만들거나 대안을 찾는 부지런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일부 스타트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로 화살이 기업에만 쏠릴까 봐 걱정하고 있다. 데이터 관리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동시에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다. 한정된 자원으로 다양한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는 스타트업 특성상 처음부터 데이터 관리 분야를 고도화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재발 방지 대책은 물론 스타트업의 성장이 멈추지 않도록 지원정책도 함께 고민할 때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