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가부 폐지, 국민 설득 나서야
[기자수첩] 여가부 폐지, 국민 설득 나서야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2.10.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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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에는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격상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핵심은 여가부 폐지다. 부처를 신설하거나 있던 부처의 기능을 변경하는 정도 선에서 개편을 해왔던 것에 반해 이번 정부는 부처 하나를 없애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여가부를 없애고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두어 여가부가 맡았던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등 주요 정책을 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양성평등본부장에게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같이 장관과 차관 중간의 예우를 부여한다.

여가부가 담당한 여성고용 정책은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고용노동부로 옮기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해양경찰청 출범 등 8개 부처에 대해 조직개편을 했던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하면 이번 정부의 개편안은 전체적으로 심플한 편이다.

그러나 여가부 폐지가 개편의 핵심이 되면서 조직개편안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정부 때보다 뜨겁다.

정부 부처는 밑그림이 그려진 국정 과제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행보가 주목된다.

여가부 폐지가 정부안으로 확정되자 나라에 여성 관련 정책을 수행할 컨트롤타워가 사라졌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 여가부를 폐지하는 것은 진즉 이뤄져야 할 결단이었다며 환호했다.

남녀 갈라치기로 정치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여가부의 퇴로에 세대별, 성별 찬반 논란은 가열되고 있는 듯하다.

A씨는 “여가부는 지원받은 예산을 제 곳에 사용하지 않았다. 민주당 고위인사의 성범죄 사건에도 침묵했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불렀던 민주당의 말에도 나서지 않았다. 여가부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쓸모가 없기 때문에 나라에서도 일을 주지 않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처럼 돈을 다루는 부처가 아니어서 규모가 작고 힘이 없다는 것은 알겠지만 너무 무능했다. 여가부 폐지는 마땅하다”고 일축했다.

B씨는 “사실상 여가부가 강등되는 것인데 이 분위기에서 과연 양성평등본부가 이관된 일을 잘 수행할지 의문이다”며 “기업 고위직은 여전히 남자가 다 차지하고 있다. 여자가 한 명 있기라도 하면 ‘독한X’ 이라고 한다. 객관적으로 남녀가 사회적으로 평등하지 않은데 양성평등본부라는 이름을 쓰는 것도 모순이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있었다면 바로 잡으면 된다. 멀쩡히 있는 부처를 없애는 건 정치적 판단이 들어갔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나를 뽑아줬으니 선물을 주겠다’는 식의 결정은 좋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모두의 입장은 존중돼야 한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여가부 폐지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여성에 대한 폭력,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 나라마저 이를 외면하는 모양새로 비친다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이 많이 생길지 모른다.

이는 자녀, 언니, 누나, 동생, 조카 등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이 겪을 수도 있는 문제로 누구든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가 개편 안대로 조직을 구성하려면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결과가 어떻든 국가적 여러 이슈와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는 사안인 만큼 적어도 ‘여성이 나대는 꼴이 보기 싫어서 폐지한다’는 오해를 벗기 위한 설득의 모습을 보이는 게 정부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본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