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창용 총재의 '혜안(慧眼)'이 절실하다
[기자수첩] 이창용 총재의 '혜안(慧眼)'이 절실하다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2.1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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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해 제로금리 수준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0.25%포인트(p) 인상하며 미국의 기준금리 정상화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또 한은은 올해 들어서도 1월과 4월, 5월 각각 0.25%p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7월에는 0.50%p, 8월에는 0.25%p 그리고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통해 0.50%p 금리를 올렸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우리보다 7개월 늦은 지난 3월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25%p 인상을 시작으로 5월에는 이보다 큰 0.50%p 인상 그리고 6월과 7월, 9월에는 세 차례 연속 0.75%p 금리를 인상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0.50% 수준이었던 한국의 기준금리는 10월 현재 3.00%로 2.50%p 뛰었고, 지난 1월 0.00~0.25%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같은 기간 3.00~3.25%로 상승하며 한미 간 기준금리는 소폭 역전됐다. 

한은은 다음 달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뒀고, 미 연준은 11월과 12월 두 차례 FOMC 회의를 남겼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11월 0.75%p, 12월 0.50%p 인상을 단행해 연말이면 미국 기준금리는 4.25~4.5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국은행도 0.50%p 인상에 나서며, 연내 3.50%까지 기준금리가 오를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결국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연말 1.00%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은 총 세 차례 있었다. 다행히 이 기간 우려했던 대규모 자본유출은 없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돼도 자본유출은 적을 것"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우려한다. 1%p 격차가 6개월만 유지해도 외화 유출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내년에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미래의 일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예상되는 위험에 대해서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당분간 지속될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 그리고 적절한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 유지에 대해서 한은의 적확한 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의 통화정책을 이끄는 이창용 총재의 혜안(慧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