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과 조선의 4번 타자
[기자수첩] 신동빈과 조선의 4번 타자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10.17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의 4번 타자’ 롯데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가 은퇴했다. TV를 통해 지난 8일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던 그의 은퇴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2루타를 치면서 열심히 뛰었고 8회에는 투수로 등판해 홀드까지 챙기는 ‘낯선’ 광경을 연출했다. 마지막까지 ‘팬서비스’를 위한 프로다운 모습이었다. 롯데는 물론 상대팀이었던 LG트윈스까지 모두 ‘레전드’의 마지막 경기를 제대로 대우해줬다.   

마지막 프로 생활이었던 이대호의 올해 성적은 타율 4위(0.331), 타점 4위(101타점), 홈런 공동 5위(23개)다. 롯데 레전드 4번 타자 클래스의 위엄을 끝까지 보여줬다. 

롯데자이언츠의 구단주이자 롯데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은 레전드 선수의 은퇴경기를 위해 구장을 찾았다. 경기 후에는 그라운드에 내려가 이대호에게 ‘10번’이 새겨진 반지를 선물하며 예우했다. 10번은 이대호의 등번호다. 최동원에 이어 롯데자이언츠의 두 번째 영구결번이 됐다.

이날 이대호는 신동빈 회장에게 “앞으로 더 과감하게 (구단을) 지원해주고 특히 성장하는 후배 선수가 팀을 떠나지 않고 잘 성장하게 보살펴달라”고 요청했다. 이대호의 이 말은 비단 구단은 물론 롯데그룹 전반으로도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실제 롯데의 올해 프로야구 성적은 10개 구단 중 8위다.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은 1999년, 최근 우승은 그 이전인 1992년이다. 롯데는 1981년 국내 프로야구 창설 원년 멤버다. 이대호는 국내 우승반지 없이 은퇴했다. 그가 점찍었던 후계자 강민호, 손아섭은 롯데 레전드로 남지 못하고 각각 삼성과 엔씨(NC)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롯데그룹은 코로나19 동안 소극적인 투자 행보로 지난해 재계 톱(Top)5 중 유일하게 자산총액이 줄었다. 유통사 최대 라이벌인 신세계가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경영 반경을 넓힌 것과 줄곧 비교됐다. 하지만 신 회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로드맵 새 판을 짜고 ‘뉴 롯데(New Lotte)’를 가시화했다. ‘롯데헬스케어’,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등 바이오·헬스케어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이를 중심으로 한 37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롯데가 투자 기지개를 핀 것이다. 

이대호는 마지막까지 팬서비스에 집중했다. 신 회장은 지난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고객을 우선순위에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와 ‘고객’, 결국 롯데가 지향해야하는 바다. 신세계의 SSG랜더스는 정용진 부회장의 공격적인 투자로 재창단 2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으로 팬들에게 보답했다. 신 회장 의지가 현실화되면 롯데그룹의 재도약과 구단의 우승도 멀지않을 것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