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롯데리아' 지운 불고기랩, MZ와 소통…일본산 식기 '옥에 티'
[르포] '롯데리아' 지운 불고기랩, MZ와 소통…일본산 식기 '옥에 티'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10.13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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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불고기버거 기념, 43년 역사 첫 팝업스토어 성료
차우철 대표, 브랜드 혁신…힙한 감성·추억 적절한 조화
최근 운영을 마친 롯데리아의 첫 팝업스토어 익선동 불고기랩 A·B동 전경. [사진=박성은 기자]
최근 운영을 마친 롯데리아의 첫 팝업스토어 익선동 불고기랩 A·B동 전경. [사진=박성은 기자]

올해 ‘43살’, 토종 햄버거 브랜드 롯데리아의 나이다. 1979년 10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1호점을 오픈하면서 토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시작을 알렸다. 롯데리아가 지나온 길은 국내 패스트푸드 전문점의 역사와 같다. 한편으로는 이런 ‘올드(Old)’한 이미지가 햄버거 전문점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롯데리아의 성장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롯데리아가 서울 익선동에 역사상 첫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소통과 변화를 꾀했다. 출시 30주년을 맞은 누적 판매 10억개 이상의 대표 메뉴 ‘불고기버거’를 주제로 한 ‘불고기랩 9222’다. 이 곳에 10만명 이상(9월22일~10월3일 누계) 다녀갈 정도로 호응이 컸다. 롯데리아 간판을 지우는 대신 ‘체험’과 ‘감성’에 집중하면서 젊은층과 소통에 성공했다는 평이 나온다. 

◇30년 역사·미래 담은 공간, 인증샷 '핫플'
팝업 종료 이틀 전이자 주말 연휴였던 8일 익선동 불고기랩 9222를 찾았다. 9222는 불고기버거가 출시된 1992년부터 2022년까지 30년을 의미한다. 크게 세 동(A·B·C)로 구성된 불고기랩은 각각 과거, 현재, 미래 콘셉트로 운영됐다. 

A동은 ‘BULGOGI NEXT 30’란 이름처럼 롯데리아의 미래를 그렸다. 우주에 위치한 롯데리아 스페이스 1호점 콘셉트로 타임캡슐, 무중력체험, 스페이스 딜리버리 체험, 루프탑 로켓 조형물 등 미래 공간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들이 운영됐다. 

별도의 탑승권 티켓을 받아 5가지 체험 미션 중 2가지 이상 완수하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불고거버거30주년 등의 해시태그와 인증샷을 올리면 굿즈를 증정 받는 방식이다. ‘우주인 포토존’, ‘30초를 잡아라’ 등 콘텐츠 곳곳에 오락적인 요소로 재미는 물론 브랜드와의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롯데리아의 현재를 나타낸 B동 ‘BULGOGI AZIT 30’는 불고기버거가 출시된 1992년에 태어난 MZ세대 아티스트 30명과 협업으로 꾸몄다. 이들은 제각기 개성 넘치는 색채와 스타일로 롯데리아를 표현했다. 방문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컬러링월과 맞춤형 굿즈를 제작할 수 있는 굿즈샵도 있었다. 

또 이 건물 루프탑에는 햄버거 짝꿍인 ‘감튀(감자튀김)’ 조형물과 푸른 하늘, 고즈넉한 익선동 풍경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인증샷 공간이 마련돼 많은 이들이 찾았다. 젊은 연인들, 아이를 데려온 가족, 엄마와 딸 등 여러 세대가 인증을 남기면서 불고기랩은 자연스레 ‘핫플(명소)’이 됐다.

불고기랩 A동에서 체험을 위한 티켓. [사진=박성은 기자]
불고기랩 A동에서 체험을 위한 티켓. [사진=박성은 기자]
불고기랩 B동 내부에 전시된 1992년생 작가들의 협업 작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불고기랩 B동 내부에 전시된 1992년생 작가들의 협업 작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롯데리아의 불고기랩은 주 타깃인 젊은층의 호감을 충분히 살만했다. MZ세대의 ‘힙(Hip)’한 감성과 추억이 적절히 조화되면서 올드한 롯데리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롯데리아 운영사인 롯데GRS의 차우철 대표가 기대한 점이기도 하다. 취임 2년이 다 되가는 차 대표는 브랜드 혁신이 최우선이란 판단 하에 콘텐츠,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가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매장 출점에 승부수를 두고 있다. 스마트 스토어 콘셉트의 롯데리아 홍대점, 갤러리 매장 엔제리너스 엘리먼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불고기랩 역시 롯데리아의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새롭게 브랜딩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롯데리아 같지 않은 프리미엄 버거 '매력적'
불고기랩 C동은 롯데리아 일반 매장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사전 예약을 해야 경험할 수 있다. 시간대별 소수 인원으로 한정했다. 운 좋게 당일 한 자리가 비면서 재빠르게 예약에 성공했다. 

이 곳은 전남 담양의 불고기 맛집 덕인관과 협업한 ‘덕인관 한우떡갈비버거’, 2009년 출시했던 불새버거를 재해석한 ‘2022 블랙타이거 불새’, 라이스버거의 개성이 담긴 ‘전주비빔라이스 불고기버거’를 대표 메뉴로 내세웠다. ‘불고기 후라이즈’, ‘불고기 지파이’ 등의 사이드 메뉴도 있었다. 내 맘대로 만드는 DIY 버거, 익선동 카페 자연의길과 협업한 ‘홍삼&매실에이드’, ‘오미자페퍼민트에이드’ 음료도 내놓았다.

‘내돈내산’으로 덕인관 한우떡갈비버거(1만1000원), 블랙타이거 불새(1만원), 불고기 후라이즈(3500원), 불고기 지파이(5000원), 오미자페퍼민트에이드(4800원)를 주문했다. SPC의 ‘쉐이크쉑’과 같은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를 비롯해 성수동, 연남동, 경리단길 등에 있는 평균 2만원대의 수제버거 전문점과 비교해도 썩 괜찮은 맛과 품질이었다. 감자튀김, 지파이를 불고기 토핑으로 새롭게 표현한 사이드 메뉴는 신선했다. 전통음료들은 버거, 감자튀김과 의외로 잘 어울렸다. 같은 시간대 버거를 맛봤던 소비자들도 대체로 만족한 인상이었다. 이들 메뉴의 상시 운영을 충분히 검토할 만 했다. 

사전 예약 인원만 들어갈 수 있는 불고기랩 C동 내부. 이 곳에서는 불고기를 주제로 다양한 한정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직원들이 메뉴를 주문 받아 조리하고 있다. [사진=박성은 기자]
사전 예약 인원만 들어갈 수 있는 불고기랩 C동 내부. 이 곳에서는 불고기를 주제로 다양한 한정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직원들이 메뉴를 주문 받아 조리하고 있다. [사진=박성은 기자]
직접 주문한 덕인관 한우떡갈비버거, 블랙타이거 불새 버거, 불고기 후라이즈, 불고기 지파이, 오미자페퍼민트에이드. [사진=박성은 기자]
직접 주문한 덕인관 한우떡갈비버거, 블랙타이거 불새 버거, 불고기 후라이즈, 불고기 지파이, 오미자페퍼민트에이드. [사진=박성은 기자]
'옥에 티'였던 일본산 식기. [사진=박성은 기자]
'옥에 티'였던 일본산 식기. [사진=박성은 기자]

다만 일반 매장에서의 판매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소비자들은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대개 값싸고 가볍게 한 끼를 때우고자 4000~7000원대 세트를 주로 택한다. 매장 공간과 좌석은 패스트푸드 콘셉트에 맞게 오래 머무르기 힘든 구조다. 음미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일반 매장에서 프리미엄 메뉴를 내놓아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사먹을지는 물음표다. 경쟁관계인 맥도날드가 몇 년 전 야심차게 내놓았던 ‘시그니처 버거’가 지금은 매장에서 찾기 힘든 건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롯데리아가 아닌 불고기랩처럼 별도의 플랫폼 또는 ‘스타벅스 리저브’와 같은 특화된 채널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아쉬운 ‘옥에 티’도 있었다. 버거가 담긴 접시에서 ‘Made in Japan’이란 표기를 확인했다. 사실 일본산 접시를 쓰는 건 하등의 문제가 없다. 다만 롯데가 쓴다면 달리 볼 수 있다. 여전히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진 일부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브랜딩 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굳이 오해의 여지를 줄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롯데리아의 첫 팝업스토어 시도는 성공적이란 평이 나온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선하다’, ‘힙하다’, ‘버거 맛집’ 등 긍정적인 의견들이 많다. 인스타그램에서 불고기랩 게시물만 수천여개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롯데리아 팝업에 기대 이상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찾았다”며 “불고기랩에서 내놓은 메뉴들 중 전주비빔라이스 불고거버거는 상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산 식기의 경우) 추후 다른 팝업 등 이벤트를 열 때 좀 더 세심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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