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성평등 강화… 중요한 일 한 장관으로 평가될 것"
정부 여당이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 국가보훈처→국가보훈부 격상, 재외동포청 신설 등 내용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여가부 폐지' 개편안
당론 형식 발의… 통과 가속도 낸다
국민의힘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화상 의원총회(80명 참석)를 열어 해당 개편안을 당론 형식으로 발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 추진이 이전보다 늦은 감이 있어 보다 신속한 처리를 위해서 정부 발의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만, 의원 발의로 추진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며 "이전 세 차례의 경우를 보니 민주당 정부에서도 모두 의원 발의 형태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 발의'가 아닌 '의원 발의' 형식을 택한 배경은 추진 동력을 내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선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현재 민주당 소속 의원은 전체 299명 가운데 169명(56.52%)으로 과반을 훌쩍 넘긴다. 말 그대로 '절대 다수'인 셈이다.
그 외 정당은 △국민의힘 115명(38.46%) △정의당 6명(2.01%) △기본소득당·시대전환 1명(0.33%) △무소속 7명(2.34%) 등이다.
무소속 가운데서도 김홍걸·민형배·박완주·양정숙·윤미향 등 민주당 출신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걸 감안하면 국회 내 국민의힘의 입지는 더욱 좁아들 공산이 크다.
◇'제1당' 민주 협조 얻어야만 통과
尹대통령 "여성 등 대한 보호 강화"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국회 통과 뇌관은 '여가부 폐지'다.
개편안은 현재 여가부 업무를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로 분할해 이관하는 내용을 담는다. 청소년·가족·여성정책 및 여성 권익증진 분야는 복지부가, 여성고용 관련 정책은 고용노동부가 각각 맡는다.
복지부는 여가부 업무를 이어받기 위해 부처 안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만들어 인구·가족·아동·청소년·노인 등 종합적 생애주기 정책, 양성평등, 권익증진 등을 아우를 계획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만큼, 국회 내에서 개편안 통과가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정부가 야당에도 설명했는데 야당은 보훈처를 부로 승격하는 일과 재외동포청 신설은 반대하지 않은 것 같고 다만, 여가부 기능 조정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여가부 폐지와 기능 조정이 우리당 대선공약이었던 만큼 민주당에게 공약 이행 차원과 또 정부가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안을 냈으니까 가급적 도와주고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여가부 폐지 관련해 직접 입장을 표명하면서 국회의 협조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정부 개편안 국회 통과 가능성을 묻자 "국회 상황에 대해 예측을 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여가부 폐지는 여성, 그다음에 가족, 아동,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를 더 강화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권력남용에 의한 성 비위 문제에 대해서도 피해호소인이라고 하는 그런 시각에서 완전히 탈피하자(는 것)"이라며 "그리고 여성에 대한 보호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해명을 보탰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처를 폐지하더라도 기존에 맡고 있던 기능들은 없애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시대 변화에 맞춰 보다 기능적으로 강화하는 내용(방향)으로 설정돼 있다"고 주지했다.
안 수석은 "그간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관계 부처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의견을 종합 반영했다"면서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충분한 소통을 해나갈 것"이라고 우려를 불식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여가부 폐지 문제가 정치적 상황과 관련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며 "그런 고려가 있다면 (조직개편이) 더 국민에게 보탬되도록 그런 정치적 면에서 판단이 인수위 때 있었다"고 일축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기자설명회에서 "대한민국 성평등을 강화하는 체계를 만들었다"며 "정부조직법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김 장관은 "나는 공무원이고 국민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어떻게 전달한 것인지에 대한 관점, 굉장히 큰 관점에서 일해야 되는 국무위원이기 때문에 충분히 국회에 설명을 하려고 한다"면서 "여야가 합의해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통과돼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나는 상당히 중요한 일을 한 장관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탈피하기 위해 정부 여당이 국면 전환용으로 여가부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냈다'는 여성단체의 비판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직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쭉 논의됐는데 정부 출범 이후 고민 사항이 있었던 게 큰 틀에서 정리돼 지금 추진한다. 국면전환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여성 불평등 개선에 집중했던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남녀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野 반대 목소리 커… "위축 우려"
정의 "여가부 폐지 추진 당장 중단"
여가부 폐지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크다.
민주당 여가위원 일동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여가부 폐지에 대해 "여가부가 수행해 온 성평등, 가족·청소년 업무의 위축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도 밝혔듯이 여가부는 타 부처와의 협업이 많은 부처다. 국무위원인 장관이 이끄는 부처에서도 어렵게 수행해오던 성평등 업무를 차관급 본부에서 주도할 수 있겠나"라며 "여성정책 콘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성평등 정책의 후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또 "더욱이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공고한 유리천장과 일상 속 성차별도 여전하다. 사각지대 없는 가족정책, 청소년 보호와 지원을 위해서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라면서 "여가부의 조직 위상을 낮출 때가 아니라 오히려 여가부 고유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여당은 여가부 폐지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실질적인 성평등 구현을 위해 여가 권한과 기능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예윤해 부대변인은 지난 5일 "결국 필요와 의지의 문제"라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성평등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폭력 피해 여성과 경력 단절 여성, 다문화 가족 지원에 의지마저 갖고 있지 않단 걸 당정 협의로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 부대변인은 "여가부에 필요한 건 폐지가 아니라 성평등부로의 '격상'"이라며 "성평등부로의 개편을 통해 부처의 체계와 위상을 다시 정립해 여성 안전, 성평등 의제에 대해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여성 인권, 성평등을 후퇴시키는 대책 없는 '여가부 폐지'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날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