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또 도발… 미사일 섞어쏘며 정교해진 北
이틀 만에 또 도발… 미사일 섞어쏘며 정교해진 北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10.0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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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BM 2발 발사… 유엔 안보리 회의‧레이건호 재출동 겨냥
발사지점‧표적 등 변화… ‘요격망 무력화’ 방안 실험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이틀 만에 또다시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며 세계 각국의 규탄에도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한미 군 당국의 대응 사격과 미국 로널드 레이건호(CVN-76·10만3000t급)의 동해 재출동을 의식한 듯 종류가 다른 미사일을 섞어 쏘며 실전 시 ‘요격망 무력화’ 방안을 시험한 것으로 분석된다.

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1분께부터 6시23분께까지 북한 평양 삼석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SRBM 2발을 포착했다.

첫발은 비행거리 350여㎞, 고도 80여㎞, 속도 약 마하 5(음속 5배)로 초대형 방사포(KN-25)일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비행거리 800여㎞, 고도 60여㎞, 속도 약 마하 6로 탐지됐으며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이번 미사일은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발사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북한은 평양에서 미사일을 쏠 경우 통상 순안비행장을 이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삼석 일대에서 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석구역은 평양 중심부인 대성구역의 동북쪽에 있고 대동강 서안에 위치한 지역이다. 또 대성구역 등 평양 주요 도심부와는 다소 떨어져 있으며 평양방어사령부가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삼석구역 위치상 인구 밀집 지역 인근 개활지로 야전 전개 능력을 검토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N-23과 KN-25를 섞어 쏜 것도 이례적이다. 표적 역시 평소 북한이 자주 노리는 함북 길주군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이 아닌 동해상 동북쪽으로 확인됐다.

한반도 정세가 강대강 대치로 치달은 만큼 유사시 실전에서의 성능 시험을 염두에 둔 도발로 관측된다. 단순히 군사능력을 과시한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행태를 변화시킴으로써 한미의 원점 타격과 요격을 무력화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의도로 보인다. 

특히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레이건호가 동해로 재출동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자 실전능력을 실험하며 맞대응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보리 회의에서는 탄도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 채택이 무산됐지만 북한으로서는 회의가 열렸다는 자체가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을 비롯한 서방 이사국과 한국, 일본 등이 회의 직후 장외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 전체에 위협”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북한은 레이건호의 재출동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북한 외무성은 공보문을 통해 “미국이 조선반도 수역에 항공모함타격집단을 다시 끌어들여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의 정세안정에 엄중한 위협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도발이 정교해지자 한미 군당국은 대북 감시 태세를 강화했다.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 RC-135V(리벳 조인트)를 동해쪽으로 이동해 미사일 발사 준비 신호를 감시하고 있다.

국가안보실은 김성한 실장이 주재하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이번 도발은 국제사회에 대한 묵과할 수 없는 도전”이라며 강력 규탄하고 “북한의 도발은 더욱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