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중소 상생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기고] 대·중소 상생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 신아일보
  • 승인 2022.10.0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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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성월 대구지회장(다담 대표이사)
 

14년간 중소기업계 숙원이었던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14일 ‘납품대금 연동제 자율추진 협약식’을 개최하고 삼성전자·현대차 등 위탁기업 41곳과 수탁기업 294곳, 총 335개 기업이 참여해 납품단가 연동제가 기업문화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약속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란 계약기간에 원자재 등의 가격이 변동할 경우,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도록 조정하는 제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어지러운 글로벌 상황에 더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삼중고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계에는 가뭄의 단비처럼 참으로 반가운 제도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조사’에 의하면 2020년 대비 2021년의 원재료 가격이 평균 47.6%가 상승했으나 납품단가 상승률은 10.2%에 그쳤고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7%로 감소했다. 많은 하청기업이 원재료 가격의 급등에도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하도급거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하도급 거래 중 83%가 중소기업이 원청기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대기업-중소기업 간 거래보다 중소기업-중소기업 간 거래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실상은 2차, 3차 재하도급 계약이 이뤄지고 있으며 아래 단계에 속해있는 하청기업 일수록 상황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납품단가 연동제 논의가 시작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외환위기 당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당시 정부는 불공정하도급 관행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시장경제 원칙 훼손에 대한 우려로 무산됐다. 대안으로 불가피할 경우 협동조합이 하청기업을 대행해 원청기업과 조정을 진행하는 ‘납품대금 조정협의제’가 2009년 마련됐다. 그러나 처음 제도가 시행된 2009년부터 현재까지 협동조합을 통해 납품단가 조정 협의를 신청하고 성립된 건수는 0건으로 조정협의 요건도 까다롭고 결정적으로 거래 단절 등이 우려되는 한계로 인해 제도가 잘 정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를 보완해 이번 시범운영은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납품대금 연동 특별약정서를 활용해 연동 약정을 체결하고 연동 약정의 내용에 따라 납품대금을 조정하면 조정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존의 납품단가 조정협의제가 사후 협의 방식으로 진행됐다면 이번에는 사전에 계약단계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 시 납품대금 조정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훨씬 고무적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납품대금 연동제가 기업간 자율협약이기 때문에 법적 의무성이 없고 원재료 가격변동분을 대금에 반영하기 위해 근거가 되는 산출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들이 정해져 있지 않아 실제로 현장에서 잘 이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이영 중기부 장관은 납품대금 연동제의 법제화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6개월 간의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을 거쳐 납품대금 조정 방법을 구체화해 다가오는 12월 말에는 1차적으로 법제화 한다는 계획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받자는 게 아니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이어져 온 불공정한 계약관계를 근절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아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더 멀리 나아가자는 상생의 목소리다.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통해 제도가 잘 안착돼 우리 사회가 함께 발전하길 희망한다.

/이성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구지회장.(다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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