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감만 안겨준 용산 사태의 뒷마무리
절망감만 안겨준 용산 사태의 뒷마무리
  • 이강욱
  • 승인 2010.01.10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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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암울한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용산 사태’에 대한 협상이 타결됐다.

바로 지난 세밀의 일이다.

이로써 지난해 내내 우리 사회를 무겁게 짓눌렀던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된 듯하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우리 사회의 법과 원칙이 또다시 ‘떼법’에 유린당하는 모순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협상 타결 이후 총리나 서울시장은 법과 질서, 그리고 정당한 공권력 행사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준 것에만 흡족해 했을 뿐이다.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진작 합의하고 말 것이지 뭣하러 일 년씩이나 끌었는지 모르겠다.

보상금 액수를 공개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이번 합의가 떳떳치 못하다는 강력한 반증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용산 사태를 해결하고 어떻게 우리 사회가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나가겠다는 것인지 심각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 수 있다.

그러나 농성 중 희생된 5명의 철거민들을 ‘민중열사’로 둔갑시켜 ‘범국민장’ 운운하는 유가족들과 용산범대위의 행태만큼은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다.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은 ‘연유야 어찌됐건 인명이 희생된 참사라는 것’ 딱 거기까지다.

여기서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간다면, 이는 망자(亡子)를 욕 되게 하는 일이요, 우리 국민 전체를 모독하는 일이다.

열사(烈士)란 그렇게 아무데나 쉽게 갖다 붙일 수 있는 호칭이 아니다.

이는 나라를 위해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해 싸운 진정한 열사들의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각해 보라. 그들이 열사(烈士)라면 그들의 불법폭력행위를 지지하기 위한 공권력 행사는 무엇이란 말인가. 또 진압과정에서 희생된 경찰은 뭐가 되는 것인가. 지난 좌파정권 시절 경찰관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동의대 사태를 민주화운동으로 둔갑시키는 일이 있었다지만, 이렇듯 열사란 호칭을 10원짜리 동전 취급하듯 해선 안된다.

현행법은 세입자의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합법적인 과정을 거쳐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법치사회의 순리다.

하지만 용산 사태에 있어 일부 세입자들은 법률로 인정되지 않는 권리를 주장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여기에 폭력 단체인 전철연이 개입함으로써 주변 도로에 화염병을 투척하고 대형 새총을 쏘는 등 극렬한 폭력 농성을 벌여 서울 도심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처럼 인근 주민의 안전까지 위협을 받게 되자 공권력이 투입됐고, 진압과정에서 경찰관1명과 농성자 5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게다가 이들 사망자 중 3명은 용산 재개발과 무관한 경기도 내 다른 재개발 지역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대책위와 철거민단체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이 참사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장례도 치르지 않고 망자의 시신을 불모삼아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및 보상을 요구했다.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용산 사태와 같이 한 사건에 있어 산 사람은 범죄자로 징역살이를 하고, 죽은 사람은 수억 원씩 보상을 받는 기이한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

불법폭력시위를 벌이며 공권력에 저항하다가 숨진 이들을 열사로 만들거나 국민장으로 떠받드는 일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일이다.

물론 유족들의 아픔과 소외계층의 생존권에 관심을 갖고 해결해 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절차를 무시하고 걸핏하면 ‘떼법’으로 해결하려는 잘못된 관행은 이제 끝내야 한다.

단호한 공권력 행사와 엄정한 법 집행은 우리 사회의 안녕을 위해 필수적이다.

우리 국민들도 ‘오죽하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겠냐’는 온정주의만을 앞세워선 안된다.

지금과 같은 민주화 시대에 ‘왜 경찰이 개입해야만 했는지’ 그 이유도 함께 따져봐야 본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에서 제2, 제3의 용산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 정비를 위한 기본적인 공감대도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법과 원칙을 강조해 놓고서 또다시 ‘떼법’에 밀려 백기투항을 하고 만다면, 정권의 앞날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 역시 더욱 험난해질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법과 원칙이 무너짐을 한탄하는 대다수 국민의 절망가(切望歌)는 들리지 않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