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석열 대통령과 '고요 속의 외침'
[기자수첩] 윤석열 대통령과 '고요 속의 외침'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9.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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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의 외침'을 기억하는가. 과거 '가족오락관'의 대표 코너인데, 단순한 포맷이지만 재미는 커서 지금 예능에서도 종종 리메이크된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4명 정도의 패널이 일렬로 서 제시어를 다음 사람에게 설명하는 게임인데 글로 보는 것처럼 쉽지는 않다. 귀에 쓴 헤드폰에서 큰 소리로 음악이 흘러 나와 상대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상대의 입 모양을 보고 맞추기 때문에 다양한 오답이 나온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보면 이 게임이 생각난다.

윤 대통령은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중이던 지난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한 마디를 했다. 이게 전 국민을 상대로 한 '퀴즈'가 될 줄 누가 알았겠나. 

먼저 최초 언론 보도와 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이렇게 해석한다.

"국회에서 이 XX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 대통령이 혈맹국인 미국을 향해 '이 XX', '쪽팔려서' 등의 비속어를 쏟아내는 중대한 실수를 했단 말이다. 

논란이 비화되자 대통령실은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취재진에게 윤 대통령의 발언을 다시 청취해 달라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했단 거다. 이를 대입하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다. 

우리나라가 현재 미국에 1억 달러의 공여금을 약속했는데 여소야대인 대한민국에서 이를 '날리면' 자신의 면이 서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해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민주당 169명의 국회의원은 정녕 'XX들'이냐"면서 (박홍근 원내대표)고  거세게 비판했지만, 일단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은 이렇다.

여기에 또 잡음 제거 음성 파일이 공개되며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썰'이 더해졌다. "'국회의원 이 사람들이 승인 안 해주고 아 말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배현진 의원), "국회에서 이 사람들이 아 승인 안 해주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박수영 의원) 등이다.

발언은 한 마딘데 해석은 서너 개다. 마치 전 국민이 노래가 크게 들리는 헤드폰을 끼고 있고, 윤 대통령의 발언을 각자 들리는 대로 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당신의 '정답'은 무엇인가.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