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원·달러 환율에 해외직구 '뚝'…카드사, 대안 고심
천정부지 원·달러 환율에 해외직구 '뚝'…카드사, 대안 고심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09.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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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해외 직구, 전기 대비 9%↓…해외여행 활로 기대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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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카드업계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든든한 수익의 한 축을 담당해온 해외직구(직접구매)족들이 치솟는 환율에 부담을 느끼며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수요가 늘고 있는 해외여행에 집중하는 등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장중 1413원을 돌파했고 1409.7원에 장을 마감했다.

환율이 141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20일(1412.5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초만 해도 1100원대에서 움직였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9개월 만에 25% 이상 급등했다.

환율이 치솟으면서 해외직구 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거주자의 온라인쇼핑 해외 직접구매액은 10억3000만달러로 전분기(11억4000만달러) 대비 9.2% 감소했다.

이 기간 매매기준 일평균 원·달러 환율은 1분기 1204.9원에서 2분기 1259.6원으로 4.5% 올랐다. 환율이 2분기보다 크게 상승한 3분기에는 해외 직접구매액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해외직구 시장은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미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돈을 푼 덕에 달러화 가치가 낮았고, 비대면 확산 가속화로 다양한 직구 관련 플랫폼·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편의성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이에 해외직구의 수요가 늘면서 해외 직접구매액 규모는 2020년 34억6000만달러, 2021년 44억9000만달러 등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는 등 긴축에 들어가자 달러화 가치는 다시 치솟고 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해외직구 시장도 움츠러들고 있다. 환율이 오를수록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제품 가격과 수수료가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환율 상승에 카드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그동안 해외직구족을 겨냥한 서비스를 강화해 왔다. KB국민카드는 ‘KB직구클럽’ 서비스를, 하나카드는 해외서비스 전용 플랫폼 ‘지.랩’을, 우리카드는 ‘해외직구몰’ 등을 각각 운영 중이다.

해외직구 시장이 둔화된 만큼 카드사들의 수익 감소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외직구 자체가 중간 업체 등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구매해 가성비를 챙기겠다는 소비 형태”라며 “환율 상승으로 인해 직구를 해도 가격이 비싼 만큼 이용률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카드사들은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해외여행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세계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 완화 등으로 해외여행객은 늘고 있다. 내국인 출국자 수는 올해 1분기 40만6000명에서 2분기 94만4000명으로 두 배 넘게 불어났다.

이에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 금액도 같은 기간 30억6000만달러에서 36억6000만달러로 20% 가까이 늘었다. 해외직구는 줄었지만 외국에 나가 직접 카드론 결제된 금액이 그 이상 불어난 모양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객에게도 높은 환율은 부담이겠지만, 출국자 수 자체가 크게 늘면서 카드 해외 사용량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