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 무게…한·미 기준금리 0.75%p 격차
한은 '빅스텝' 무게…한·미 기준금리 0.75%p 격차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09.22 1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창용 총재 "0.25%p 인상 전제 조건 많이 바뀌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의 내달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0%p 인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간 기준금리 차이가 0.75%포인트(p)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 안정화를 위해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p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은 20~21일(현지시간)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기존 2.25~2.50%에서 3.00~3.25%로 0.75%p 올렸다.

연준은 앞서 6월과 7월에도 금리를 0.75%p씩 상향 조정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률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례적인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모습이다

연준의 이 같은 조치로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 달 만에 다시 역전됐다. 

7월 연준이 두 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약 2년 반 만에 한국(2.25%)을 앞질렀다가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의 0.25%p 인상으로 같아졌지만, 이번 인상으로 격차는 0.75%p로 벌어졌다. 

양국 간 금리 격차를 방치할 경우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외국인의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해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만약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달 12일 예정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리고, 연준이 11월에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다면 양국의 금리 차이는 1.25%p까지 확대된다. 

이어 11월말 한은 금통위에서 0.25%p를 올리고, 연준이 12월 최소 빅스텝만 결정하더라도 한미 간 금리 차이는 1.50%로 커진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 회의는 올해 두 차례 남았다.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강해지는 상황 속에서 한은 금통위 역시 빅스텝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기존에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올린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현 경제 상황이 지난 7월 예상했던 국내 물가, 성장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0.25%p의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당분간 0.25%p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강조했다.

다만 주요 경제 지표에서 물가 정점 통과가 확인되지 않거나 한미 간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나타난다면 한은은 7월에 이어 두 번째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빅스텝과 관련해 “충격이 오면 원칙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예상 밖의 충격이 확대되면 빅스텝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22일 비상거시경제금융 회의 직후 “0.25%p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