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⑨]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혁신 '선구안' 발휘
[원더우먼⑨]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혁신 '선구안' 발휘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9.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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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 경력, 사촌 김정완 회장 러브콜 합류…2014년 유업계 최초 여성 CEO
저지방·대체우유, 성인영양식 업계 '퍼스트 무버'…사업다각화 안착 성장 지속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사진=매일유업]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사진=매일유업]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사장이 유업계 최초의 여성 전문경영인(CEO)이란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혁신의 행보를 이어간다. 뛰어난 ‘선구안’으로 10년 경영(2023년)을 이어가고 있는 김선희 사장은 또 한 번 도약에 나선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선희 사장은 식물성 대체우유, 성인영양식 등을 비롯한 신사업에 역량을 결집한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매일유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으며 2025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김 사장은 2014년 1월부터 매일유업 CEO로 활동해 왔다. 유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으로도 몇 안 되는 대표 여성 전문경영인이다. 특히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의 여성 CEO로 조건을 좁히면 김 사장은 빅4(최수연,이부진,조희선)에 속한다. 재임기간만 놓고 보면 오너가인 호텔신라 이부진 대표(2010년)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김 사장은 매일유업의 지주사인 매일홀딩스 김정완 회장의 요청으로 회사에 영입됐다. 그는 김 회장과 사촌 지간이다. 김 사장은 2009년 매일유업 재경본부 본부장(전무)로 오기 직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경영대학원(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BNP파리바은행, 한국시티은행, 스위스 UBS인베스트먼트뱅크 등 금융업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았다. 김 회장이 서울우유, 남양유업과의 경쟁 속에서 과감한 혁신을 위해 재무통인 김 사장에게 러브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이후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을 거쳐 2014년 1월 매일유업을 이끄는 선장이 됐다. 김선희호(號)로 조직을 재정비한 매일유업은 그해 남양유업을 제치고 매출액 기준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이어 2016년에는 서울우유를 끌어내리고 창사 이래 업계 첫 1위를 차지했다.

김 사장은 이 기간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지방 함량 0%, 1%, 2%로 세분화한 저지방 우유(2014년)를 출시했다. 식물성 대체우유 ‘아몬드브리즈(2016년)’도 가장 먼저 선보였다. 같은 해 유당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한국인 특성을 고려한 ‘소화가 잘되는 우유’도 개발했다. 흰우유 일변도였던 시장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들 모두 관련 시장 성장을 이끄는 1등 브랜드다. 정체가 지속된 국내 유가공 시장에서 변화를 과감히 꾀한 김 사장의 선제적인 판단이 적중한 셈이다.    

지난 2020년 4월 매일유업 본사에서 김선희 사장(좌)과 조성욱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우)이 대리점 상생협력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제공=매일유업]
지난 2020년 4월 매일유업 본사에서 김선희 사장(왼쪽)과 조성욱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이 대리점 상생협력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제공=매일유업]

김 사장은 또 재무통 경력을 십분 활용해 김정완 회장과 이듬해 매일유업을 지주사 매일홀딩스, 유가공 전문 매일유업으로 인적분할하며 조직을 혁신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매일유업의 경영 비효율을 제거하고 다시 유가공 전문기업으로 재상장했다. 보수적인 유업계에서 여성 CEO라는 타이틀로 부동의 1위였던 서울우유를 제친 자신감을 자양분 삼아 자신의 색깔을 입힌 신사업으로 또 다시 도전하기 위해서다. 

2018년 첫 선을 보인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는 김 사장의 이 같은 의지가 담긴 결과물이다. 셀렉스는 국내 단백질식품시장 성장에 불을 지핀 브랜드로 평가 받는다. 매일유업은 오랜 유가공 노하우를 접목시켜 마시는 프로틴(단백질)과 프로틴바, 프로틴 파우더를 중심으로 이너뷰티(먹는 화장품)와 다이어트 등 상품군을 빠르게 확장했다. 매출은 론칭 이듬해인 2019년 250억원에서 2020년 500억원으로 2배 늘었다. 지난해에는 900억원을 기록했다. 출시 이후 올 상반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20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선보인 식물성 대체우유 ‘어메이징 오트’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비건(Vegan, 채식주의) 수요를 겨냥한 제품이다. 김 사장은 아몬드브리즈, 어메이징 오트로 대체우유 대중화를 선도하며 시장 판을 키웠다는 평을 얻는다. 실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대체우유 시장규모(두유 포함)는 2016년 약 4660억원에서 2021년 6330억원으로 성장했다. 

국내 1인당 연간 흰우유 소비량은 2001년 36.5킬로그램(㎏)에서 2020년 31.8㎏으로 감소세가 지속됐다. 지난해 0.81명에 불과한 합계출산율 등 영유아 인구가 갈수록 줄면서 ‘우유 절벽’인 상황이다. 셀렉스, 아몬드브리즈, 어메이징 오트 모두 침체된 국내 우유시장을 돌파하기 위한 김 사장의 혜안에서 비롯됐다. 

매일유업은 신사업 장착으로 성장이 지속됐다. 2021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5519억원으로 재상장했던 2017년 8812억원 대비 7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78억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71.8% 늘었다. 코로나19 2년여 동안에도 성장을 거듭했다.

매일유업의 최근 5년간 실적 현황과 주요 연·월별 주가 추이. [그래프=고아라 기자]
매일유업의 최근 5년간 실적 현황과 주요 연·월별 주가 추이. [그래프=고아라 기자]

김 사장의 혁신 경영은 국내외에서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해 글로벌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2021 아시아 파워 비즈니스 우먼 20인’에 포함됐다. 같은 해 SK그룹 지주사인 SK㈜의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다. SK가 김 사장의 신사업 발굴과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 사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은 하반기 대체우유, 콤부차(Kombucha·건강지향 발효음료)를 비롯한 신사업 중심으로 성장을 지속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역량을 결집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외형은 커졌지만 해외 원·부자재 구입비 증가, 환율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8%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아몬드브리즈, 어메이징 오트를 비롯한 대체우유와 더그레잇티 콤부차 등 주력 신제품을 통해 성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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