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관리(WM)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산관리를 전담하는 새로운 브랜드를 내세우고, 수요가 많은 곳에는 호화 WM센터를 개설하는 등 경쟁이 한창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초저금리 시대에 부동산과 주식 투자 등을 통해 부를 쌓은 고액 자산가가 늘어나면서 개인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또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코로나19 사태 기간 동안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전자산인 현금과 예금 비중을 늘리는 대신, 주식·채권·펀드 등 각종 투자 요소에 자산을 배분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고액자산가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WM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은 커진 셈이다. 실제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크에 위탁된 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14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으로선 WM 부문은 비이자이익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업인 만큼 시장 확대와 점유율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2019년 불거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따라 강화된 금융당국의 규제로 WM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된 만큼 새로운 수요를 찾아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행보도 눈길을 끈다.
은행들은 전문 서비스를 통해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관리는 물론 상속·증여 컨설팅, 세무 상담, 자녀 교육 등 가족 단위의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패밀리오피스’를 확대하며 소비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종합자산관리 브랜드 ‘KB 골드 앤 와이즈 더 퍼스트’를 새로 론칭하고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 종합자산관리센터를 개점했다. 지하 2층, 지상 7층으로 이뤄진 이 센터는 투자, 세무, 부동산, 법률, 신탁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원팀으로 소비자를 관리한다.
이곳에선 KB형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도입해 개인 자산을 포함해 법인, 재단 등 모든 자산에 대해 신탁·가업 승계 등 신탁 업무부터 대출 업무까지도 이용할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2011년부터 금융복합점포 모델인 신한PWM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PWM은 상품 단위의 판매가 아닌 개별 소비자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종합적인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해 PWM 전용상품을 발굴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자산 100억원 이상 초고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신한 PMW 패밀리오피스 센터’를 개점했다.
하나은행은 5월 자산 30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하나 패밀리오피스&트러스트’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부의 이전에 특화된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압구정 상속증여전문PB센터’를 열었다.
우리은행은 ‘투체어스’라는 자산관리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서울 중구 본점 센터를 시작으로 역삼동 ‘시그니처 센터’ 등 초고액 자산가 대상 특화점포를 보유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사업을 통해 은행 이미지를 높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면서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