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복구 급한 최정우, 한번쯤 뒤돌아봐야
[기자수첩] 복구 급한 최정우, 한번쯤 뒤돌아봐야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09.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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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포항제철소 복구에 마음이 급하다. 포항제철소는 지난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할퀴어 화재와 침수라는 상처를 입었다. 최 회장은 지난 추석 연휴 동안 제철소 정상 가동을 위해 가용 인력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비상 상황 대응력이 부족했다. 피해를 입은 과정에서 포스코가 남긴 피해 설명, 인력 동원 과정이 의아한 점을 남겼다. 또 다른 상처가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 회장은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지나기 전인 지난 5일 태풍 영향을 고려해 6일부터 고로(용광로) 3기를 포함해 전 공장 가동을 중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러한 대비에도 태풍 힌남노의 상처는 컸다.

포항제철소 2열연 공장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다. 태풍에 따른 누전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화재 피해에 대한 설명이었다. 포스코는 당초 스테인리스스틸 2제강, 2열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후 2열연공장 전기실에서만 불이 났다고 정정했다. 외부에서 바라 본 불과 관련해선 정전으로 제품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연소하지 못해 바깥으로 태워 내보내는 방산작업을 실시해 화재로 보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소방본부의 설명은 달랐다. 포항제철소에서는 2열연공장 메인전기실 외에도 수전전기실, 대형변압기 등 4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북소방본부의 설명대로라면 포스코는 피해 사실을 축소한 셈이다.

포항제철소 침수로 복구에 나서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발생했다. 피해 복구에 나서는 직원들의 실적, 임금차별과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침수 복구에 가용 인력을 총동원했다. 특히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직원을 대상으로 태풍 피해복구 지원단을 모집했다. 다만 포스코는 지원단 모집 포스터에 ‘직원 개인·단체의 순수 자발적 지원 활동으로 별도의 OT(Over Time·초과근로시간), 봉사시간 실적 등이 없다’고 안내했다. 한편으론 추석 연휴 동안 일당 125만원의 외부 인력을 고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봉사시간도 인정받지 못하는 직원들이 볼멘소리를 내는 이유다.

복구 현장에서는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익명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는 추석 연휴 내내 퇴근 못하고 식사도 못하며 안전조치 없이 작업 중이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일부 직원들은 전기시설에 묻은 진흙을 손으로 닦으며 “목숨 건 작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의식한 듯 최 회장은 지난 12일 포항제철소를 찾아 “복구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구호에만 그쳐선 안 된다. 급할수록 다시 한 번 뒤돌아보며 점검해야 한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