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조현범, 과거 그룹 앙금 털고 '맞손'…새협업 시대 예고
정의선-조현범, 과거 그룹 앙금 털고 '맞손'…새협업 시대 예고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09.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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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 내 '드라이빙센터' 건립 양사 협력 '마중물'
2010년대 중반 한온시스템 인수vs타이어 품질논란 갈등, 해소전망
정의선 초교 동창 조현식 고문 서먹한 사이 조현범 회장 화해 완성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7일 충남 태안군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편집]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7일 충남 태안군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편집]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그룹간 서먹한 관계를 끝냈다. 조 회장의 친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당시 사장)이 시작한 갈등을 동생인 조 회장이 봉합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정 회장과 조 회장은 충남 태안군에 마련한 드라이빙 센터를 통해 손을 맞잡았다. 향후 두 그룹 간 협업 확대에 이목이 집중된다.

1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오는 16일부터 소비자 대상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앞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5월 주행시험장 ‘한국 테크노링’(Hankook Technoring)을 오픈했다.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한국 테크노링은 축구장 약 125개 크기의 부지면적 126만제곱미터(㎡, 38만평), 총 13개의 다양한 트랙을 갖춘 아시아 최대 규모 주행시험장이다.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여기에 지상 2층 1만223㎡(약 3092평) 규모의 소비자 전용 건물을 추가로 지었다. 현대차그룹은 직접 지은 이 건물과 함께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의 시험로 대부분을 사용한다. 지난 7일 열린 개관식에는 정 회장과 조 회장이 등장해 손을 맞잡았다.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양 그룹 과거 앙금까지 완전히 해소시킬 전망이다.

앙금은 2010년대 중반 시작됐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5년 사모투자펀드(PEF) 한앤컴퍼니와 함께 자동차공조업체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을 인수했다. 한온시스템은 범현대가에 속한 현대차그룹의 핵심 부품사 중 하나였다. 당시 현대차그룹에서는 독립된 대형 부품사 등장에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한온시스템 인수를 주도한 한국타이어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조현식 사장은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와 관련해 “정의선 당시 부회장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현대차는 당시(2015년)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에 공급받은 한국타이어 신차용 타이어(OE)의 편마모 등 품질 논란으로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다. 이후 2016년부터 한국타이어는 현대차그룹의 OE 공급을 연달아 놓쳤다.

업계는 이를 두고 정의선 회장과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간 갈등으로 해석했다. 정 회장과 조 고문은 서울 경복초등학교 동창으로 서로 사업을 논의하는 등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같은 사건으로 둘 사이가 멀어졌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가 이들의 관계 회복의 마중물이 됐다. 앞서 2020년 6월 현대차그룹과 당시 한국테크놀로지그룹(현 한국앤컴퍼니그룹)이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건립 협약을 맺을 당시 정 회장과 조 고문이 함께 모습을 드러내 손을 맞잡으면서 부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에서 두 번쨰)과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2020년 6월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건립 협약 체결 후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2번쨰)과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왼쪽 3번째)이 지난 2020년 6월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건립 협약 체결 후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 회장이 조 고문과 손을 맞잡은 건 미래 미래 신기술, 소비자 접점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4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을 론칭하며 강원 인제스피디움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향후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후 한국타이어와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두 그룹 간 앙금이 시작된 한온시스템을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다시 내놓으며 갈등의 원흉을 털기 시작했다. 한국타이어는 같은해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 초고성능 타이어를 공급하기 시작하며 양 그룹 간 관계 개선의 신호탄도 쐈다.

앞으로 전기차 등 미래차의 타이어설계 신기술이 중요해지는 만큼 주행시험 측면에서 양 그룹 간 협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관련업계는 현대차그룹이 한국타이어 OE 도입 증대, 타이어 공동개발 등까지 협업을 확대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 6월 글로벌 타이어 제조사 미쉐린과 앞으로 3년간 차세대 타이어 공동개발에 손잡았다. 이는 지난 2017년 11월부터 이어진 협업에 이어 2번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신차 특성과 콘셉트, 소비자 타깃을 보고 상품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타이어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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