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현주소-⑭] 하나증권, 이은형 중심 체질개선…관전 포인트 '셋'
[증권사 현주소-⑭] 하나증권, 이은형 중심 체질개선…관전 포인트 '셋'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2.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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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불황 속 IB·WM 부문 강화, 해외 전진기지 육성 드라이브

동학개미 투자 열풍은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금융투자업계를 지탱해왔다. 하지만 현재 대내외 증시 불황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차갑게 식히고 있다. 증권가에 불어 닥친 후폭풍은 상당하다. 본지는 국내 15개 증권사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하나금융그룹 계열 하나증권은 ‘전략통’ 이은형 사장을 중심으로 전열을 다듬고 있다. 하반기 증시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직 개편을 통한 ‘IB(금융투자)’ 강화와 발행어음 시장 안착, WM(자산관리) 생태계 확장 여부, 해외 전진기지 육성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해외시장 전문가로 평가받는 이은형 사장을 중심으로 하반기 불황극복에 사활을 걸었다.

이 사장은 지난 2011년 하나금융그룹에 영입돼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 △중국 민생투자그룹 총괄 부회장 △투자결정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았다. 이후 2020년 하나금융그룹 글로벌 담당 부회장에 선임됐고 해외사업 부문을 진두지휘하며 2021년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이은형 하나증권 사장. (사진=신아일보DB)
이은형 하나증권 사장. (사진=신아일보DB)

하나증권은 이 사장이 대표에 오른 첫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491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1% 성장했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23.3% 증가한 5059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하나증권의 사상 최대 순이익 달성은 IB 부문 운용 효율성 제고와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취임 후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그룹을 신설하고 산하에 글로벌본부와 글로벌전략팀을 꾸렸다.

또 그간 하나증권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IB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IB 1그룹과 2그룹을 통합했고, IPO(기업공개) 3실 신설, 연금신탁본부 분할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다만, 올해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증시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호실적 기조를 이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하나증권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2.6%, 49.8% 줄어든 1405억원, 1833억원을 기록했다.

◇간판 바꾸고 쇄신, 초대형 IB 6호 타이틀 ‘촉각’

하나증권은 7년 만에 사명을 변경하고 체질 개선과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증권의 사명 변경은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고 증권사 정체성을 확실히 다잡기 위한 절차다. 이 사장은 사명 변경을 검토하며 임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증권은 사명 변경을 시작으로 연내 자기자본 6조원 달성과 함께 발행어음 시장 진출 등 사업다각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하나증권은 하나금융그룹으로부터 지난해와 올해 5월 각각 5000억원 등 총 1조원 유상증자를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하나증권의 자기자본은 5조8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연내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 강민선 하나증권 WM그룹장과 하나증권 노동조합 위원장이 하나증권 본사 앞에서 새 사명인 ‘하나증권’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하나증권)
(왼쪽부터) 강민선 하나증권 WM그룹장과 하나증권 노동조합 위원장이 하나증권 본사 앞에서 새 사명인 ‘하나증권’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하나증권)

통상 대형 증권사들이 초대형 IB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발행어음업을 통해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달 자금은 중소·중견기업 대출을 비롯해 부동산 금융, 비상장사 지분 매입, 해외사업 등에 투자할 수 있다. 하나증권으로선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초대형 IB’ 타이틀 6호는 하나증권이 유력하다”며 “초대형 IB 인가를 위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에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대주주 적격성 등에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하나증권은 하반기 WM 생태계를 확장한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WM 부문에서 투자자들에게 맞춤형 상품 공급과 플랫폼 제휴를 확장할 것”이라면서 “퇴직연금을 비롯한 주식, 채권 시장에서 운용자산 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 기대가 높은 기업의 IPO에 집중하는 한편 IB 부문에서 하나은행과의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회의 땅에서 ‘MZ세대’ 공략, 플랫폼 확장

하나증권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해외로 눈을 놀려 신남방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하나증권이 눈 돌린 곳은 대표적인 신남방 시장이자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인구 약 9900만명에 달하며 국내 증권사들이 많이 진출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베트남 금융 시장은 성장 속도가 빠르다.

하나증권은 국내에서 쌓은 디지털 비즈니스 역량과 기술,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특화되지 않은 베트남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하나증권은 글로벌 사업 전문가로 정평 난 이 사장을 중심으로 베트남 1위 국영은행인 BIDV은행 자회사 ‘BIDV Securities(BIDV 증권)’의 지분 35%를 매입한 데 이어 신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에서 세번째)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이사는 지난달 4일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신사업 확대, 디지털 전환 등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하나증권)
(왼쪽에서 세번째)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이사는 지난달 4일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신사업 확대, 디지털 전환 등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하나증권)

하나증권은 업무협약에 따라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베트남 현지 정보를 더해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베트남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의 금융 노하우를 BIDV 증권과 공유해 비즈니스 혁신 모델을 창출하고 베트남 현지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아우르는 새로운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BIDV 증권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베트남 시장에서 브로커리지 3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하나금융그룹·은행도 BIDV 그룹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고 전략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minseob2001@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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