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잠재성장률 주목 할 때다
[기고] 잠재성장률 주목 할 때다
  • 신아일보
  • 승인 2022.09.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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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연구소 김영우 연구위원
 

국내총생산(GDP)은 ‘20세기 위대한 발명품중의 하나’다. 국민경제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인데 왜 20세기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했을까. 경제 대공황 이후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경제의 현실을 파악하고자 경제학자 사이몬 쿠츠네츠에게 보고서를 요청했다.

1933년 제출된 보고서에는 대공황 이후 미국 국민의 소득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충격적 실상이 담겼다. 보고서를 받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병든 미국사회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새로운 처방’을 내세웠는데 그것이 ‘뉴딜(New Deal)’이다. 이때부터 국민소득 추계는 국민경제를 측정하고 정책을 제시하는 유용한 기준이 됐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국민의 '소득'보다는 국가의 ‘생산’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러한 국민총생산(GNP)라는 개념은 70년대 이후 급격한 세계화 이후에는 국내 경제상황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GDP는 한 나라의 경제를 평가하고 경제정책의 설계를 위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어서 대부분 국가에서 조사하고 있지만 한 국가 경제를 나타내는 완벽한 지표라고 볼 수는 없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생산 활동의 결과로 경제는 성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외부불경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장 밖 생산 활동인 가사, 육아, 복지 등도 담을 수 없다.

GDP의 한계와 저성장의 지속으로 잠재성장률에 주목할 필요가 생겼다. 잠재성장률은 우리경제가 가진 노동과 자본 등 모든 역량을 최대한 활용했을 경우 달성할 수 있는 생산량의 증가율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의 가능성을 결정짓는 기초체력이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1980년대 잠재성장률은 10% 이상이었으나 1998년부터 5% 이하로 하락했으며 2021~2022년에는 2% 수준으로 낮아졌다. 2030년대에는 1.0%대로 예상한다. 미국과 주요선진국의 1.5% 보다 낮은 수준이다.

경제위기로 노동 투입과 자본축적이 크게 위축되면 생산성도 저하돼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 최근 2년 이상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면서 고용 사정이 악화되고 서비스업 생산능력이 저하돼 잠재성장률 하락을 가져왔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같은 구조적 요인의 영향도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약화를 뜻한다. 투자 부진과 노동량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저출산·고령화도 잠재성장률을 하락시킨다는 점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장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의 육아 부담 경감과 주거비·교육비 부담 완화 정책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으로 성장이 멈추게 되면 기업생태계는 경쟁력 있는 기업만 성장하고 한계기업은 몰락하는 양극화의 피해에 시달리게 된다. 이는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소득 양극화가 더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경제 양극화는 가뜩이나 기초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주력산업 노화, 불확실성 확대는 잠재성장률을 더욱 하락시킬 수 있다. 여성과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를 유도하고 저출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공급 둔화의 속도 완화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성장산업 지원 강화와 기업의 투자여건 개선 노력도 중요하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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