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50% 시대…은행 대출금리 '역주행'
기준금리 2.50% 시대…은행 대출금리 '역주행'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08.2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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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경쟁 본격화…예대차 의식·소비자 부담 완화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역주행하고 있다. ‘이자 장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 대출·예금금리를 비교할 수 있는 공시가 시행되자 금리경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2.25%에서 연 2.50%로 0.25%포인트(p) 올렸다. 기준금리가 2.50%로 올라선 것은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이다. 

금통위는 올해 4월과 5월, 7월 회의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권은 이에 맞춰 대출 상품에 금리 인상분을 반영한다. ‘은행들의 은행’인 한은의 금리인 만큼 시장금리와 조달금리가 이에 맞춰 덩달아 상승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준금리 움직임에 역행하며 대출금리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혼합금리형(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를 0.2%p 낮췄다. 이에 혼합형 금리는 기존 연 3.97~5.37%에서 3.77~5.17%로 조정됐다. 이번 인하는 한시적 조치로 별도 안내 시까지 유지된다.

농협은행은 오는 26일부터 NH새희망홀씨대출과 NH청년전월세대출에 최대 0.5%p, 0.3%p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앞서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5%p 인하했다. 직장인 신용대출 등 일부 개인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5%p 낮췄고, 생활안정자금 용도의 주택담보대출도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상품을 각각 0.2%p, 0.1%p 인하했다.

전세대출 역시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 서울보증보험 3종 상품의 고정금리, 변동금리를 0.2%p씩 내렸다.

은행들은 이번 대출금리 인하에 대해 ‘금리 상승기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 완화’를 이유로 내세웠다. 다만 지난 22일부터 시행 중인 예대금리차 공시의 영향도 컸다는 분석이다. 

예대금리차 공시는 은행들이 금리 상승기 대출금리를 급격히 올려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따라 도입됐다.

실제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뿐만 아니라 예금금리 추가 인상도 단행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오는 29일부터 거치식예금의 금리를 0.25%p, 적립식예금의 금리는 0.25~0.40%p 각각 올린다. 하나은행도 26일부터 적금 18종과 예금 8종의 금리를 최대 0.30%p 상향조정한다.

나머지 시중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수신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높은 금리에 따른 대출 수요 감소도 은행들이 금리경쟁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위원회의 ‘2022년 7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1조원 감소했다. 은행권은 금리 상승기가 시작된 올해 초부터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전환했다.

대출금리를 내리고 수신금리를 올리는 은행들의 금리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리 상승기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금융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한 금융당국은 은행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 금융소비자의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적극 시행 중”이라며 “대출금리 인하뿐만 아니라 취약차주에 대한 금리 감면 등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