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헤리티지 DLS '계약 취소' 어려울 수 있다
독일 헤리티지 DLS '계약 취소' 어려울 수 있다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2.08.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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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 이끌 구체적 근거, 자료 확보가 관건…검찰 압수수색 '변수'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금융당국이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독일 헤리티지부동산 파생결합증권(DLS) 분쟁조정을 앞둔 가운데, 계약취소 처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다른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옵티머스펀드와 달리 취소 처분을 위한 자료 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독일 헤리티지 DLS 환매사태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를 내달 중 개최한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독일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한 ‘기념물보존등재건물’을 현지 시행사인 저먼프로퍼티그룹(GPG)이 매입, 개발해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췄다. 이들은 부동산 프로젝트에서 발행한 CB(전환사채)에 싱가포르의 반자란자산운용이 대출 펀드를 조성하고, 국내 증권사는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를 판매했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국내 증권사는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SK증권, 현대차증권 등이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판매했다. 판매 당시 이들은 2년 후 만기 시점까지 연 환산 7%에 달하는 높은 이자를 제공하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낮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헤리티지 건물 재개발 인허가를 미루고 GPG로부터 수익금을 받지 못해 2019년 7월부터 만기 상환이 중단됐다. 환매 중단금액은 2020년 말 기준 5029억원이며, 이 가운데 신한금투의 상환중단액은 3799억원으로 가장 많다.

현재 독일 헤리티지 DLS 투자 피해자들은 불완전판매가 아닌 사기 판매라며 계약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 분조위가 분쟁조정 심의에서 사기 판매로 결정할 경우 투자자들은 원금 100%를 받을 수 있다.

분조위 분쟁조정 결과 투자금 전액 반환 결정이 이뤄진 것은 라임과 옵티머스 뿐이다. 최근 분쟁조정을 마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는 80% 배상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계약 취소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라임, 옵티머스 환매 사태와 달리 계약 취소를 이끌어낼 만한 근거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 싱가포르 통화감독청(MAS) 등 금융감독당국에 시행사의 위법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협조 요청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또 다른 환매 사태를 일으켰던 라임, 옵티머스 펀드는 관련 자료 확보, 사기판매 등 사유가 명확해 계약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며 “국내 금융당국이 자료 협조를 요청했지만 관련 자료가 오래됐고 해외 금융당국과 공조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계약 취소를 이끌어 낼 결정적인 자료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 취소를 법리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면 계약 취소 처분도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최근 검찰이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서는 점을 분조위가 고려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금감원은 올해 4월 독일 헤리티지 DLS 발행·판매와 관련해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등에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신한금융투자는 4억9510만원, NH투자·키움증권은 각각 4억1780만원, 7730만원이 부과됐다.

minseob200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