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⑥] 김슬아 컬리 대표…디테일·실행력 장착, 제2도약
[원더우먼⑥] 김슬아 컬리 대표…디테일·실행력 장착, 제2도약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2.08.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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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새벽배송, 이커머스 1호 상장 추진' 시장 선도
신뢰 제고 위한 철저한 상품 검증…수익성 개선 '관건'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로 단언했다. 실제 최근 경제·산업계에선 여성 특유의 섬세한 경영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세상이 바뀌면서 남성의 강력한 카리스마 경영이 아닌 협업을 중시하는 여성의 부드러운 지도력이 기업 경영의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새정부 출범과 함께 “여성경제인은 우리경제의 가장 중요한 주체”라고 드높였다. <신아일보>는 여성기업인들에게 경영능력을 전수 받기로 했다. 연중기획 ‘원더우먼’ 코너를 마련, 경제계 전체에 전파할 계획이다. 국내 대표 여성CEO를 조명하고 그들의 유연한 경영능력을 습득하는 시간이다./ <편집자 주>

김슬아 컬리 대표[사진=컬리]
김슬아 컬리 대표[사진=컬리]

김슬아 컬리 대표는 ‘국내 1호 새벽배송 업체’라는 타이틀에 이어 ‘국내 이(e)커머스 1호 상장’ 타이틀도 거머쥘 전망이다. 상장 이후 김 대표에게 주어질 과제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수익성 개선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를 국내 대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키워낸 김 대표가 다시 한 번 도약의 기로에 선다.

김 대표는 디테일한 전략을 실행력 있게 추진하면서 국내 유통시장에 등장했다. 2015년 5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풀 콜드체인(full Cold-Chain·완전 냉장유통) 시스템 기반의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을 선보인 것이다. 김 대표의 유통사업 도전은 예상치 못한 반전과 같다. 유통과는 전혀 무관한 이력 때문이다. 김 대표는 미국 웰슬리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글로벌 금융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베인앤드컴퍼니에서 근무했다.

김 대표는 ‘맛있는 음식이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자신의 뜻과 맞는 사람들과 함께 컬리를 세우고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이커머스 업계 첫 식품 전용 냉장·냉동 창고도 구축했다. 특히 김 대표가 이끄는 컬리는 ‘내가 사고 싶은지’, ‘많이 팔려야 마땅한지’ 등을 핵심가치로 두고 사업을 영위 중이다.

컬리는 이를 위해 △안전성·맛·브랜드 가치 등을 포함한 70여가지 기준으로 상품 검토 △판매 수량 사전 예측과 필요 물량 사전 직거래 매입 △최선의 가격으로 품질 좋은 상품 제공 △풀 콜드체인 새벽배송 등의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컬리는 김 대표와 상품기획자(MD), 마케팅·고객서비스(CS) 담당 직원들이 참여하는 상품위원회를 매주 열고 MD들이 후보로 올린 상품의 출시 여부를 기준에 따라 결정한다. 통과 비율은 10% 안팎이다. 상품위원회를 통과해도 검수팀의 검수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면 소비자 대상 판매 불가다.

김 대표는 2020년 롯데그룹 CEO(최고경영자) 포럼에서 컬리의 비전에 대해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은 모든 서비스가 가져야 할 최고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컬리 최근 3년 실적 현황[그래프=고아라 기자]
컬리 최근 3년 실적 현황[그래프=고아라 기자]

업계는 김 대표의 디테일한 목표 수립과 높은 실행력이 컬리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단기적인 이익 추구보다 장기적으로 생산자·소비자 모두에게 옳은 일을 하겠다’는 김 대표의 경영방침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이제 카테고리 다각화와 인수합병(M&A)·투자 등을 단행하며 컬리의 외형성장까지 꾀한다. ‘뷰티컬리’가 대표적이다. 컬리는 자사가 운영 중인 플랫폼 ‘마켓컬리’에서 뷰티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쇼핑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연내 뷰티 특화 버티컬 서비스인 ‘뷰티컬리’를 오픈한다. 신선식품 판매로 쌓아온 큐레이션 역량을 뷰티 카테고리에서도 발휘해 상품 검색·추천·리뷰 시스템 등으로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이외 마켓컬리 샛별배송을 담당하는 컬리 넥스트마일을 통해 다른 회사의 배송을 대행하는 3자물류(3PL) 사업 운영, 자체페이인 ‘컬리페이’ 기반 간편결제 시스템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온라인 식품 플랫폼 레드마트를 통해 한국식품 판매에도 나섰다.

컬리는 2021년 기준 4조원대로 성장한 국내 새벽배송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로 왕좌를 차지했다. 컬리의 매출은 2019년 4259억원, 2020년 9531억원, 2021년 1조5614억원 등 최근 3년간 급증했다.

김 대표는 이를 토대로 컬리의 국내 유가증권(코스피) 상장작업에 돌입했다. 컬리는 지난 3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고 5개월 만인 8월22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적격성을 인정받았다.

다만 컬리가 프리 기업공개(IPO)를 통해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4조원에 달했던 것과 달리 예상 시가총액은 2조원을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상장 후에는 김 대표의 해묵은 과제인 수익성 개선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컬리는 창립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19년 마이너스(-)1003억원, 2020년 -1163억원, 2021년 -2177억원 등 최근 3년 기준 적자 폭은 오히려 계속 커졌다.

김 대표는 “수익성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것만 생각하면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며 “더 많은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그때 수익성이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신아일보DB]
김슬아 컬리 대표가 지난해 3월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 오픈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신아일보DB]

[신아일보] 김소희 기자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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