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당치킨이 비겁한 이유
[기자수첩] 당당치킨이 비겁한 이유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8.22 05:0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름 삼복(三伏) 가운데 마지막인 말복(末伏)이 지났다. 복날 즈음이 되면 ‘치킨(닭)’ 소비가 평소보다 집중되곤 한다. 또 언론은 삼계탕 한 그릇, 치킨 한 마리 등 갈수록 오르는 물가 상황을 연일 보도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시내 삼계탕 한 그릇 값은 처음으로 1만5000원대를 넘어섰다. 교촌, bhc, BBQ 등 브랜드 치킨 한 마리 가격도 2만원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로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란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되지 못할 정도로 지갑 사정은 팍팍해졌다. 그래서일까.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내놓은 6990원 초저가 ‘당당치킨’을 두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랜드 치킨 가격의 1/3 정도에 불과하다보니 출시 40여일 만에 32만마리가 팔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 매장 오픈과 동시에 소비자들이 치킨 매대로 달려가는 ‘치킨런’ 현상이 빚어질 정도다. 홈플러스는 당당치킨 효과로 온라인 내 ‘치킨’ 검색량이 1036% 폭증했다고 발표했다. 홈플러스가 이른바 ‘반값치킨’으로 대박이 나자 이마트는 이보다 중량이 크면서 1만원 이하로 가격을 낮춘 9980원 ‘5분치킨’을 내놨다. 최근에는 당당치킨보다 더 저렴한 5990원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한정 특가로 선보였다. 반값치킨 원조였던 롯데마트 역시 1.5마리 분량의 ‘한통치킨’으로 맞불을 놨다. 마트 3사 모두 소비자들의 외식물가 부담을 줄이려 한다는 ‘선의’를 앞세우며 치킨을 계속해서 튀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트의 초저가 치킨이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미끼상품’이란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마트 치킨을 택하든,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브랜드 치킨을 사먹든 소비자 선택하기 나름이다. 

다만 굳이 다른 한쪽을 공격하면서까지 화제몰이하려는 것은 ‘선을 넘는’ 행동 같아 불편하다. 홈플러스 관계자가 유튜브를 통해 “(치킨을 팔아도) 마진이 안 남는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 6990원에 팔아도 남는다”며 치킨 점주들의 공분을 산 것이 대표적이다. 대형마트와 치킨 매장은 공급 인프라와 판매 구조 자체가 다른데, 단순히 마진이 남느냐의 유무로 괜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건 아닌가 싶다. 

원·부자재 값이 갈수록 치솟고 인건비, 임대료 등 제반비용 증가로 어려움이 가중된 판국에 체급 자체가 다른 대형마트까지 나서면서 치킨 점주들만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격이다. 당당치킨이 결과적으로 치킨 점주를 마치 악덕 사장마냥 만든 꼴이다. 당당치킨이 이름과 달리 비겁해 보이는 이유다.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