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는 2.5배 증가, 사업지연으로 22년 예산 60억 감추경
지난 8일 폭우로 서초구 진흥아파트 일대에 큰 침수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서운로 일대 저지고지수로 정비사업’ 지연에 대한 서울시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의회 한신 의원은 12일 열린 ‘서울시 호우피해 현황 및 복구 관련 긴급현안보고’를 위한 간담회에서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을 상대로 ‘서운로 일대 저지고지수로 정비사업’의 사업비 폭증과 사업지연을 질타했다.
‘서운로 일대 저지고지수로 정비사업’은 강남역 일대 침수해소사업의 일환으로 ‘반포천 유역분리터널 사업’과 연계해 통수능력이 부족한 저지대 하수관로를 정비하고, 고지수로 하수관로를 신설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2월부터 2년6개월에 걸쳐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용역을 마치고 2019년 8월 공사를 시작했다.
당초 21년 12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여러차례의 설계변경 및 공법변경을 거치면서 24년까지 준공이 연기된 상태다.
여기에 서울시가 22년 제2차 추경에서 60억을 감추경하면서 추가 연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 사이 총 사업비는 당초 약 370억 원에서 약 836억 원으로 2.5배 가량 폭증했다.
서울시는 ‘공사 구간 내 줄파기 결과, 각종 지장물(상수도, 한전, 통신, 도시가스 등)저촉으로 이설비 및 이설기간이 늘어나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장기간의 실시설계용역에도 불구하고 각종 지장물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했고, 이것이 사업지연과 공사비 증가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21년 6월 서울시는 ‘시험굴착 결과 공사기간 변경’을 사유로 52억원을 감추경했는데, 당시 최진석 물순환안전국장직무대리는 ‘기본설계·실시설계 과정이 면밀하지 못했다’고 서울시의 과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후 ’22년 본예산으로 약 194억원의 사업비(안)을 제출했으나, 서울시의회의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연내 목표사업량 달성이 불가능 하다’는 판단에 따라 113억이 감액되고 80억 가량이 편성된 바 있다. 그마저도 지난 제2회 추경에서 서울시는 공사지연을 사유로 60억원을 추가로 감추경했다.
한 의원은 “서울시의 형식적인 기본 및 실시설계로 공사비는 폭증하고, 준공도 늦춰지게 되었다”며, “예정대로 21년 12월에 공사가 마무리되었다면, 이번 폭우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반포천 유역분리터널 완공으로 시간당 95mm의 강우를 방어할 능력이 확보되었지만, 서운로 일대 하수관거 정비사업이 지연되면서 통수에 한계가 생겼다는 것이 한 의원의 지적이다.
또한 “공사지연으로 인한 본예산 감액, 서울시의 ‘셀프 감추경’이 팩트임에도, 시의회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예산을 삭감했다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아무리 눈가리고 아웅해도 시민들은 오세이돈, 무상급수 같은 풍자로 서울시에 책임을 묻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서울시는 다수의 언론에서 ‘2022년 서울시의 수방·치수 예산이 전년도에 비해 896억 원 감액되었다’고 보도하자, “작년 시의회에서 시가 편성·제출한 수방 예산 4450억원 중 248억원(5.9%)이 오히려 추가 삭감돼 회복되지 못하고 통과되었음”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처음부터 2021년에 비해 649억 원 자체감액한 4450억 원의 예산안을 제출한 것으로 밝혀지며 ‘남탓’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신아일보] 서울/김용만 기자